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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사진과 흑백사진의 묘미

보현화 2007. 5. 20. 13:05
컬러사진과 흑백사진의 묘미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채로운 컬러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실존하는 시공간의 한 단면을 담아내는 사진 역시 컬러임을 당연시 여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컬러사진이 별반 새로울 것도 없을 것 같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무한한 변화의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사진을 통한 색상의 표현이다. 색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하고 있으며, 또한 색은 색 자체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거나 상징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사진가들은 흑백 사진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색상이 사라진 이미지에서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뿐만 아니라 흑백 사진이 만들어 내는 뛰어난 화질에서도 기인한다. 그럼 이제 컬러사진과 흑백사진의 매력을 함께 살펴보도록 보자.


흑백사진과 컬러사진

어두운 암상자에 투영된 이미지를 고정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사진이 발명되었고, 사진이 발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진가들은 다시 색상을 재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사진은 그 매체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대상을 얼마나 실물에 가깝게 재현해 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선명함, 실제 피사체와 똑같은 색상의 재현과 같은 문제들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사진 발명 이후 한동안 계속된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사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매체로 인식되고 실물의 정확한 재현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된다.

색상을 기록하기 위한 시도는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그 꿈을 이루게 된다. 컬러사진술의 발전과 함께 자연의 색상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에 대한 열망이 이루어지게 되자, 사진 속의 컬러는 곧 왜곡되기 시작한다. 이제 색상의 표현이 좀 더 자유로워지고, 피사체 고유의 색상을 재현해 내기 위한 부담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색을 피사체가 갖고 있는 하나의 정보로만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색 그 자체로 의미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1960년대는 시각 매체가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오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컬러텔레비전의 대중적인 보급이 이루어졌으며, 인쇄물에서도 많은 변화를 보이게 된다. 물론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더 큰 변화는 현시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 하다. 이미지가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컬러사진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광원의 조절과 필터의 사용, 필름 현상과 인화 과정을 통해서 다루어지던 색상의 조절은 이제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키보드 조작과 몇 번의 클릭만으로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색상들이 모니터를 통해 재현되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컬러사진은 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자연의 색도 아닌, 빛에 의해 필름 상에 형성된 색상도 아닌, 컴퓨터가 마음대로 색상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실 디지털 사진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색상의 표현이라고 하는 것은 애초부터 주관적인 것이었으며, 사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상이라고 하는 것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빛이 따라 변하는 지극히 유동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색은 그 자체만으로도 언어이다.

대개의 경우 무채색보다는 색상에 의한 표현이 우리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그리고 색상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강하게 보는 이의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색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들의 직감적인 시각에 어필하기 때문이다. 이미지에서 색의 선택과 표현은 지극히 주관적인 요소이며 강력한 아이디어 표현의 수단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가들은 사물의 형상과 함께 색이 더해주는 시각적 효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알아 둘 것은 색은 사물 자체의 특성이 아닌 빛의 특성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빛이 변할 때 색도 변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원하는 색 표현을 위해서 빛을 관찰하고 그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또 한 가지, 사물이 갖고 있는 색상과 그에 따른 색감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인접해 있는 다른 사물의 색상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즉, 어떤 사물에 대한 정확히 객관적인 색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색을 바라볼 때 고유의 색으로 인식하는데 머물지 말고 각자 스스로의 해석이나 의미를 부여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진가들은 저마다 독특한 자신만의 색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사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상이라기보다는 작가의 해석에 의해 가공된 색상이라고 볼 수 있다. 선명하고 강렬한 컬러, 은은하면서도 돋보이는 컬러, 마치 무채색과 같은 컬러...
작가마다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빛을 탐구하고 있으며, 색이 아니면 전달할 수 없는 느낌들은 표출해 낸다.


컬러사진은 보다 사실적이고 강렬한 현실세계를 표현해 낼 수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현실세계에 대한 사실적 재현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컬러사진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색을 과장할 수도 있고, 색의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도 있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사진 속의 컬러는 이미 현실의 컬러는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확한 색상의 재현도 불가능하지만, 광고에 사용되는 제품사진이 아니라면 실제 사물에 가까운 정확한 색재현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색상의 선택에 의해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기도 하고 색상 그 자체가 메시지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색상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 세상은 무한한 색상을 연출해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색상은 시시각각 변하게 된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 이지만 사진 촬영은 모든 것들에 대한 선택의 과정이다. 공간의 선택, 시간적 선택, 시점(view point)의 선택, 그리고 색상의 선택에 따라 결과물은 천지차이를 보이게 된다.

흑백사진 - 소멸된 색상

흑백사진이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평범한 사물들도 흑백으로 묘사되면 웬지 모르게 새로워 보이고 때로는 신비스럽게 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새롭고 신비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은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한 경험으로 인할 것일 것이다. 현실 속의 이미지는 컬러의 세계이다. 그런 의미에서 흑백사진은 그 자체로 초현실적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보이는 모습들은 어릴 적 흑백텔레비전에서나 본 듯한 모습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컬러텔레비전을 접한 요즈음 세대들에게 흑백 이미지는 더욱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이미지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때로는 컬러의 사용이 의미 전달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불필요한 컬러의 사용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컬러가 화면 내에 포함된다면 없느니만 못할 것이다. 또한 복잡한 컬러에 의한 표현은 많은 경우 시선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강조의 효과를 얻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 ANSEL ADAMS (Examples)]
점, 선, 면 그리고 질감

하나의 이미지는 여러 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형태(形態)라고 하는 것은 전체적인 시각 구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작품의 형태는 외관상 드러나는 모양을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색상이나 질감, 명암의 패턴, 구성, 균형 등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다. 사진에는 여기에 더해 초점조절(selected focus)이나 피사계심도(depth of field), 시점(view point) 등도 포함될 것이다.


[Ⓒ ANSEL ADAMS (Examples)]
즉, 이미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형태(形態)라고 하는 것이다. 흑백사진이라고 하는 것은 이와 같이 이미지를 이루는 모든 요소 중 색상이 제외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색상을 제외한 나머지 다른 요소들이 강조되는 것이다. 특히나 이미지의 형상이 강하게 부각된다. 사물을 이루는 선이나 그 표면의 질감, 불륨감 등이 강조되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폭넓은 계조의 표현

흑백사진이 갖는 매력 중 하나는 자가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 폭넓은 조절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사진의 밝기, 콘트라스트, 계조, 입상성 등의 조절이 포함된다. 컬러사진이라고 해서 자가 처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처리과정도 까다롭고 조절할 수 있는 범위도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가 처리 방식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디지털 사진술의 도입과 함께 흑백 암실도 설 자리를 잃은 것 같아 보이지만, 무늬만 흑백이 아닌 진정한 흑백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아직도 화학약품을 만져야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순흑의 톤으로부터 순백에 이르는 풍부한 계조로 표현된 흑백 인화지를 본 적이 있다면, 흑백 사진이 만들어 내는 마법과도 같은 세계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다.


[Ⓒ ANSEL ADAMS (Examples)]

[Ⓒ ANSEL ADAMS (Examples)]
글/사진_한성수(동해대학 멀티미디어영상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