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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디 워]와 심형래 감독

보현화 2007. 8. 6. 23:07
[디 워]와 심형래 감독








오는 9월 미국에서 개봉되는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약 17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했다는 배급규모가 발표되자 충무로는 술렁였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용가리]처럼 망신당하는 거 아니야? 수많은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해외 영화제 마켓에서 [디 워]가 어느 지역에 얼마에 팔렸다는 보도는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용가리] 때도 그랬다. 국민의 정부에서 심형래는 신지식인 1호가 되어 화려하게 매스컴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해외 마케팅 시장에서 사전에 주목을 받던 [용가리]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완성된 상태로 공개되자 완성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났고 심형래 감독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개그맨으로서 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웃기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용가리]의 실패 이후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나는 노력을 했다. 이제 세계시장에서 [디 워]의 놀라운 성공을 열심히 일한 우리 직원들과 함께 기다린다.]


[디 워]의 국내 시사회가 끝난 후, 박수가 쏟아졌다. 기자 간담회에서 심형래 감독이 열변을 토할 때에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디 워]는 한국 SF 영화의 발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영화였고 특히 국내 기술진만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그래픽은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디 워]의 스텝들이 [제작비 대비로 따지면 [트랜스 포머]보다 훨씬 낫다]라고 말한 것이 과장이 아니었다.


SF 환타지는 그 나라의 과학적 기술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미호](1994년)에서 고소영의 얼굴이 999년째 이승을 떠도는 천년 묵은 여우로 변하는 2초 동안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을 때만 해도 한국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헐리우드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보다 멀게 느껴졌다. 박중훈 주연의 [꼬리 치는 남자](1995년)를 거쳐 [은행나무 침대](1996년)의 지하철 플래트폼 씬에서 석판화가 수현 역의 한석규의 가슴팍을 투명하게 통과해 버리던 미단 공주 진희경의 안타까운 모습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한국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후 불과 10여년 만에 우리는 [디 워]를 만난 것이다. 할리우드 기술진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한국 컴퓨터 그래픽 기술진들만으로 완성된 [디 워]의 컴퓨터 그래픽은 이제 할리우드와 충무로의 거리가 지구에서 달보다 가까워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디 워] 이후 대중들은 더 이상 심형래를 개그맨으로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 영화시장의 80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디 워]를 영어로 제작했다. 우리가 만든 영화에 자신만 있다면, 외국 시장에 10만불 20만불 받고 팔 게 아니라, 미국과 일본처럼 시장이 큰 곳은 직접 배급하는 게 좋다. 지금은 힘이 미치지 못하지만 다음에는 우리가 직접 해외 시장에 배급하려고 한다.]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디 워]가 놀라운 것은,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테크놀로지 때문이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 팀을 제외하고 이 영화는 철저하게 할리우드 기술진으로 제작되었다. 가장 중요한 촬영(휴버트 태크나노브스키)과 편집([브로큰 애로우][콘 에어]의 스티브 마르코비치, 팀 앨버슨)부터 음악([트랜스 포머]의 스티븐 자브론스키), 음향효과([제 5원소]의 마크 맨지니), 색보정([다빈치코드][스파이더 맨]의 EFLIM)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 정상급 기술진이 참여한 영화다. 특히 편집의 도움 없이 지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이다. 연출력의 미숙한 많은 부분을 감싸주는 편집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컷트가 효과적으로, 긴박감 있게 연결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사실은 그것까지도 감독이자 제작자인 심형래의 선택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디 워]를 제임스 카메론이 만들었다면 난리 났을 것이다. 그런데 심형래가 만들었다면 일단 한 수 접고 들어간다. [우뢰매] 시절부터 사람들이 내 영화의 완성도를 50% 정도 깎고 들어간다. 그런 고정관념이 있다.]


L.A의 도심 한 복판에서 의문의 사고가 일어난다. 땅이 거대하게 패이고 일하던 사람들이 모두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현장을 취재하던 방송 기자 이든(제이슨 베어 분)은 땅 속에 파묻힌 짐승의 거대한 비늘을 발견하고 이 사건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그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골동품점에 갔을 때, 동양에서 온 궤짝 속에서 목격한 비늘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골동품점 주인 잭(로버트 포스터 분)은 이든에게 신비한 동양의 전설을 들려준다. 5백년전, 사랑하던 두 남녀가 사랑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렸던 이야기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의 전설은, 이제 시공간을 뛰어 넘어 지금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이든은 느낀다. 그리고 자신처럼 이무기의 신화에 얽혀 있는 신비의 여인 새라(아만다 브룩스 분)를 만난다. 이무기는 새라에게 있는 여의주를 얻어야만 용이 될 수 있다. 5백년전 동양의 전설의 재현을 꿈꾸며 사악한 이무기인 부라퀴의 무리들은 이든과 새라를 공격한다.


[우리나라 전설 그대로 표현하면 외국에서 먹히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900번 이상 침략당한 나라다. 유럽 분위기를 낸 것은 서양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용의 신화는 여러 곳에 있지만, 용이 되기 전의 이무기라는 컨텐츠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그것에 중점을 두었다.]


[디 워]는 [용가리]가 범했던 실수, 즉 볼 것에만 치중해서 이야기를 놓쳐 버린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 탄탄하고 치밀하지는 않지만, 보편적이면서 설득력 있는 서사를 획득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을 자극하는 용의 신화와 한국의 이무기 설화가 결합하면서 형성된 서사의 기본 뼈대에, 싱싱하게 날 것 그대로의 힘찬 몸짓을 가진 이무기의 캐릭터가 역동적으로 덧붙여짐으로써 매력적인 영화가 만들어졌다.


[디 워]가 미국 전역에서 약 2천여개의 극장을 확보하고 와이드 릴리즈 되는 게 우연히 이루어진 일은 아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에서 [디 워]의 시사회를 끝내고 나오는 데 눈물이 나왔다. 내가 어릴 때 할리우드에서 만든 [벤허][십계]를 보며 꿈을 키웠는데, 내가 만든 영화를 미국 시장에서 1700개가 넘는 극장을 잡아 스타트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찼다.]


[디 워]의 마지막은, 우리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아리랑으로 끝난다. 그리고 괴수 영화에 도전한 심형래 감독의 개인사적 흔적이 사진과 함께 펼쳐지면서 심형래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는 자막이 올라온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외국에서는 아리랑 음악으로 끝난다. 외국 시사회에서는 특히 교포들이 아리랑을 듣고 눈물 흘리시는 분들이 많았다. 왜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만 최고이고 한국 음악을 경시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폴 모리아 악단이 내한해서 경음악으로 아리랑을 연주하던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해서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음악으로 만들어 영화에 삽입했다. 이무기의 애잔한 분위기와 아리랑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마지막 자막과 화면은 한국 상영에서만 나간다. 내 의지는 아니다. 스텝들이 그동안 고생한 마음을 넣는 게 좋겠다고 충고해서 삽입한 것이다]


[디 워]는 8월 1일 한국에서 개봉한 후 9월 미국 개봉을 거쳐 내년 1월에는 일본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미니어처나 조악한 컴퓨터그래픽으로 어린이용 괴수 영화를 만들던 심형래 감독은, 수많은 실패를 거치며 조금씩 진화해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야심작 [디 워]를 만들었다. 그 과정 자체가, 우리들을 감동시킨다.
출처 : 하재봉의 영화사냥
글쓴이 : 다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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