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종일 포탈의 댓글난을 쭈욱 읽어보았다.
험한 말들도 많았지만 나름 논리를 가진 비난과 비판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이 비판의 수위를 내리지 않는 것은 개신교에 대한 반감도 있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는 언론 보도의 위선에 있었다. 물론 언론은 협상 과정에서 피랍인과 피랍인의 가족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도록 보도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위선을 떨거나 상황을 호도하거나 여론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실을 조작하고 여론을 심각하게 왜곡하며 오히려 건전한 방향으로의 여론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포탈에서 다수를 이루는 네티즌들의 분노와 비판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언론 보도에서 말 바꾸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신문과 방송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처음 이 피랍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하였을 때,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단기 선교 혹은 선교 봉사 활동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선교]라는 말이 [의료 봉사] 혹은 [봉사]로 대치되었다. 물론 아프간 협상 상황을 고려해서 [선교]라는 단어가 가진 파장을 막으려는 고육책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메세지에서도 역시 선교가 아니라 봉사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수 네티즌의 반감을 사는 것은 봉사라는 단어가 쓰이는 맥락에 있는 듯하다. 언론은 계속해서 좋은 일을 했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도가 아닌 사람 혹은 개신교도라도 비판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봉사는 진정한 봉사의 의미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 사태에 대한 분석은 없고 동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기사의 남발에서 반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부적절한 온정주의에 대한 분노인 듯하다. 외신 보도를 릴레이하거나 외국 전문가의 단편적인 언급을 가지고 헤드라인만을 자동 반복 재생산하는 보도가 기사의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특히 배형규 목사의 친구인 다른 목사의 글을 거의 모든 주요 신문에서 헤드라인으로 뽑고 있었는데, 이러한 보도가 오히려 피랍자 및 그 가족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지 않다. 특히 포탈 편집에서 그 글의 자극적인 제목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는데, 편집자의 노골적인 의도가 무엇인가 있는듯 하다. 셋째, 결국 네티즌들은 언론 보도에서 "기독 편향적인 뉘앙스"를 스스로 느끼고 그것을 부정적으로 확대재생산 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주관적이면서도 즉발적이어서 네티즌 여론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왜곡과 과장 그리고 과도한 비난도 확대되고 있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의 심각성이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이런 개신교 편향적인 뉘앙스를 느끼게 된 데에도 나름 일리 있는 근거가 있었다. 예를 들자면, 방송들은 초기에 피랍인들의 피랍 사실을 보도하면서 피랍인 개인들의 홈페이지에 격려와 근심의 동정적인 댓글이 달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미 그 당시에 인터넷의 주류 여론은 피랍인들과 교회의 무분별한 행동에 대한 비판이었다. 즉 언론 보도는 사실 전체가 아니라 일부 동정론을 전체 여론으로 일반화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보도 태도가 계속되자 네티즌들은 매우 예민한 반응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다수의 인터넷 여론을 일부로 돌리고, 일부 과격 네티즌의 발언을 찌질이로 몰면서도 그 발언을 다시 다수로 돌리는 한국일보 기자의 보도와 같은 것이 비난 여론을 더욱 부채질 했다. 이 기자가 단 몇 시간이라도 시간을 갖고 포탈의 여론 수렴 과정을 진지하게 봤는지 의심스럽다. 넷째,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개신교도의 선교가 가져온 과거로부터의 문제점들을 현재 사건과 관련을 가지고 파악을 하고 있는 반면에 언론에서는 이런 점들을 무시하거나 사소하게 여기고 있었다. 즉 네티즌들은 샘물 교회의 이번 비이성적인 선교 활동을 과거 개신교도의 무분별한 해외 선교의 일환으로서 이해하고 있는 반면에 언론에서는 그것과의 관련성을 거의 다루고 있지 않았다. 이점은 언론이 사건의 원인을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예컨대 네티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돌았던 [샘물 교회의 행태에 대한 요약본(18항목 정도로 요약된 것)]은 현재의 사건이 아니라, 작년 카불 대축제로부터 나타났던 행태를 요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일부 시간의 착오도 있고 행사 주체가 모호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 항목들은 대부분 일간지 기사의 보도를 통해서 확인되었던 것들이다. 결국 이런 네티즌 여론의 형성은 고질적인 한국 언론의 문제와 관련을 맺고 있다. 있는 사실을 감정 없이 전달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근거를 제시하는 깊이 있는 분석은 없다. 여론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오만,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사실 전달보다는 스스로 정치적, 윤리적 잣대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기자의 의도가 문제인 거다. 사실 전달을 왜곡하는 고질병이 도진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 관련된 상황에서 여론의 지나친 과열을 막겠다는 의도를 앞세우기보다는 여론의 흐름을 잘 살펴서 독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분석과 정보를 제공하면 합리적인 여론의 형성은 오히려 저절로 생겨나게 마련이다. |
출처 : 국제방
글쓴이 : 햇살처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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