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랑(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한국 불교교단에서 육식 문제가 곧잘 논쟁거리로 떠오르는 것을 보며, 예나 지금이나 육식은 불교도들에게 있어 큰 화두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3회에 걸쳐 살펴본 바와 같이, 육식은 인도불교의 역사에서만도 매우 복잡한 변화과정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육식이라는 행위가 그만큼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어려운 면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불교도들은 육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말아야 하는 것일까. 가능하다면 육식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가축류가 어떤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는지 관심있게 들여다 본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심으로 육식을 피하고 싶어질 것이다. 좁은 새장안에서 평생 한번 날개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채 서로 얽히고 설켜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로 고통 받으며 살다가 죽어가는 닭들, 근육이 생겨 질긴 고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도록 평생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살며, 풀은 커녕 성장속도를 높이는 약물이 잔뜩 섞인 수입배합사료를 먹다 결국 잔인하게 최악의 공포 속에서 도살당하는 소들, 이어 도살당할 소들은 그 과정을 뒤에서 지켜 보며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생명의 존엄성 같은 것은 논할 여지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길러지다 죽어가는 가축들은 상상을 초월한 분노와 한을 몸속에 축적하게 되고, 이것은 이들을 먹는 인간의 몸으로 고스란히 전달될 것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의 트림이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지적되고 있다. 위가 4개나 되는 소는 먹은 것을 위를 통해 계속 분해하고 다시 입으로 되새김하며 소화시키게 되는데, 이때 장속에 있는 미생물들이 음식물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이상단백질 분해를 일으켜 메탄가스가 가득한 방귀와 트림을 하게 된다고 한다. 대량 사육되어지는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중 20%를 차지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대량으로 사육되는 가축의 문제는 이제 인류의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은 수준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의 미각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분별하게 육식을 탐하며 자연의 섭리를 무시해 온 인간들에게 이제 거대한 재앙이 닥쳐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어찌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주장하고, 무든 생물에 대한 자비와 불성을 외치는 불교도가 육식에 탐닉할 수 있겠는가.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불상생계는 다른 생명에 대한 연민과 자비를 바탕으로 할때 비로소 진정한 실천이 이루어진다. 미각의 즐거움에 빠져 무분별하게 입속으로 집어넣은 고기 덩어리에 맺힌 그 가축의 고통과 한을 떠올리며 측은함을 느낄수 잇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며, 이미 육식을 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고민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것이다.
한편, 부처님께서 육식을 적극적으로 금지하지 않으셨던 이유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초기경전을 통해 보는 한, 부처님께서는 물론 육식을 장려하지도 않으셨지만, 또 적극적으로 금지하지도 않으셨다. 이것은 극단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중도적 삶을 살아갈 것을 최상으로 여기신 부처님으로서는 당연한 가르침이다. 육식에 대한 지나친 죄악감, 이것은 또 하나의 집착인 것이다. 집착은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절제된 몸과 마음이다. 계의 정신을 올바르게 알고 이를 잘 실천하며 살아 가는 사람은, 결코 육식을 자신의 입을 만족시키고 배를 채우는 일종의 먹거리로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이 세계의 행복을 위해 적절하고도 현명한 선택을 할수 있을 것이다.
*2007.9.5 법보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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