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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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계파 나눠 줄서기, 이게 불교 발목잡아" [우리절 회주스님... 매일신문 주말판 인물 에]

보현화 2008. 4. 23. 18:02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會主 우학 스님
"계파 나눠 줄서기, 이게 불교 발목잡아"
 
 
 
고즈넉한 산중 불사. 동자승이 마당을 쓸고 큰스님은 법당 안에서 조용히 불경을 왼다. 넙죽 엎드려 절하며 말씀을 청하니 죽비를 치며 내려주는 큰스님의 선문답. 도심 속 사찰인 한국(영남)불교대학 대(大)관음사에 발을 딛는 순간, 이 같은 선입견은 사라진다.
도무지 절간 같지 않다. 건물 안에는 수행관부터 꽃집, 찻집, 서점, 박물관, 생태공원 등 시설들로 가득 찼고, 신도들은 인터넷 동영상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법문을 듣는다. 대관음사 회주(會主) 우학 스님을 만났다.
 
인터뷰는 대구 남구 봉덕3동 대관음사 내 삼보갤러리에서 진행됐다. 여기가 사무실이고, 집무실이라고 했다. '속인의 질문이니 무지하고 무례하더라도 양해하시라' 부탁했다. 흔쾌한 허락. 질문은 단순했고, 대답은 명쾌했다. 선문답? 그런 거 없었다.
 

깨달음과 번뇌

-불가에는 어떻게 입문하시게 됐습니까?

"고교 시절 저를 아껴주던 삼촌이 계셨어요. 어느 날 삼촌이 몸이 안 좋다며 영양주사를 맞았는데 갑자기 쇼크를 받아서 돌아가셨어요. 그 일로 충격을 받고 삶과 죽음에 대해 근원적인 의문을 안게 됐어요. 그 숙제를 풀기 위해 한의예과에 진학했는데 의문을 해결해주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출가를 한 곳이 통도사입니다. 월하 스님(전 조계종 종정)의 손상좌로 계를 받고 수행을 하는데 집안 장손이다 보니 가족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찾아왔어요. 그게 너무 힘들어서 경기도 남양주의 봉선사로 갔어요. 봉선사 주지인 월운 스님께 제가 생각했던 불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를 하니까 스님이 한참 들으시더니 편지를 써주세요. 당시 통도사 주지인 성파 스님한테. 그래서 성파 스님이 통도사 서운암에 절 숨겨주시고 은사스님이 되셨죠."

 

-스님은 깨달으셨나요?

"뭐, 그런 이야기는 할 수 없고요. 불교에서는 '깨달았다'고 하면 사람들이 벌떼처럼 일어나요. 그런데 깨달음은 마음의 세계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불교에서 겉모양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얘기하거든요. 마음 열림이나 깨달음의 문제는 본인의 확신이 중요한 것이고, 저는 삶의 방향이나 진리에 대한 확신은 있지요. 가장 훌륭한 진리적 삶은 나와 상대를 둘로 보지 않는 삶, 즉 '불이(不二)의 삶'입니다. 불이의 삶은 수행을 통하지 않으면 참 힘들어요."

 

-사람은 누구나 번뇌를 합니다. 스님을 괴롭히는 번뇌는 무엇입니까? 번뇌의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출가하고 20대엔 주로 이성에 대한 욕망이었고, 30대가 되면서 일을 너무 빨리 성취하려고 하는 과도한 욕심이 있었지요. 40대에는 부정적인 얘기를 들을 때 싫을 때가 많았어요. 따져 보면 명예욕인데. 절을 운영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많이 듣거든요. 요즘엔 쉬고 싶은 번뇌가 있어요. '아이고, 마 귀찮다. 귀찮다' 그런 생각. 번뇌라는 게 벌집과 같아서 건드리면 막 일어나요. 상대를 안 하지요. 그리고 참선이나 기도 같은 수행력으로 버텨가는 거죠. 수행을 위해 저는 요즘도 1년에 3~6개월씩 안거(安居·한곳에서 일체의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것)를 갑니다."

 

한국(영남)불교대학 대관음사

-한국불교대학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1992년에 동안거를 마치고 대구에 왔는데 어떤 스님이 그래요.

남구청 앞 4층 건물에 작은 포교당이 있는데 잘 안 되어서 교회가 생긴다고.

그래도 부처님이 앉아있던 자리인데 싶어서 '내가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갈 수도 있는 거니

한번 해보겠다' 마음먹고 인수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여기가 전세가 3천만원에 월세가 50만원이야.

돈이 있나. 아는 신도에게 겨우 사정해서 2천만원을 빌렸어요. 그나마 주인에게 1천만원은 나중에

주기로 하고. 안거를 마치고 선방에서 해제비로 125만원을 받았는데 100만원으로 중고 복사기 한대

사고 25만원으로 플래카드 10장을 맞췄어요. 그걸 직접 전봇대에 올라다니면서 걸었어요.

개강을 했는데 수강생이 120명이 왔어. 법당을 꽉 채웠지요. 그 뒤로 사람들이 인산인해라."

 

-불과 16년 만에 엄청난 성장을 한 셈이네요.

"시주나 불전금이 들어오는데 만원짜리가 거의 없어요. 다 천원짜리라.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천원이 모여서 이런 도량이 생겼으니 이게 불가사의라.

2000년 9월 20일에 지금 자리로 옮겨왔는데 여기 건물하고 부지가 10억5천만원짜리였어요.

그런데 돈이 없어서 신도들한테 100만원씩 모두 1억원을 빌리고 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해서

땅을 220평을 샀지요. 그 뒤로 모든 시설을 거의 동시에 갖췄어요. 빚도 몇달 만에 갚았어요.

지금 한국불교대학과 관음사가 연건평만 5천평입니다. 땅값 빼고 100억 건물이거든요.

 

작년에는 유치원 '옥불보전'도 개원했고 사진관, 갤러리, 서점, 꽃집, 체험관, 납골당도 있어요.

불교종합타운이지.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 시스템으로 갖춘 도량이 여기 말고는 없어요.

경산, 칠곡에 도량이 있지, 감포에 선방이 있지. 해외에는 뉴욕하고 칭따오에 도량이 있지.

도량이 7개예요."

 

<그는 불교 지도자이자 CEO이다. 대관음사는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1992년 도심 포교에 나설 당시 신도 수가 16명. 지금은 13만명을 헤아린다. 무려 7천배 성장을 한 셈.>

 

-성공 비결이 뭐라고 보십니까?

"신도들하고 저하고 상호 간의 신뢰가 아닌가 합니다.

사실 저는 신도들과 개별적으로는 거의 만나지 않습니다. 누구랑 만났다고 하면 여자들 난리가 나.

그래서 공식석상에서 전체적으로 강의하고 법문하고 그러는 거지요.

또 난 처음부터 원칙을 세웠어. 내 손으로 돈을 안 만진다. 지금까지 저는 불전금을 세어 본 적이

없습니다. 개인 통장도 없고 봉급을 타 본 적도 없습니다. 결국 자기가 욕심을 버리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어요. 대관음사는 모두 분야별로 조직을 갖고 돌아가도록 돼 있어요.

그러니 제가 3개월씩 안거에 들어가도 운영이 되지요. 영역별로 운영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요."

 

-스님은 이판승입니까, 사판승입니까?

(이판은 은둔하며 수행에 몰두하는 승려, 사판은 행정에 종사하는 승려를 말한다.)

"불교의 지도자가 되려면 이판과 사판 전체를 아우르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해요.

부처님도 기원정사, 죽림정사의 책임자였거든요. 문제가 생기면 부처님이 나서서 해결하셨다고.

그런데 부처님을 이판이냐 사판이냐 하면 말이 안 되거든요.

사판을 싫어하는 것은 중생을 외면하는 것이고, 수행하지 않고 행정만 하는 것은 수행자의 본분을

잊어버린 거지요. 시주밥 먹고 사는 사람이 불교신자와 사회를 위해 자기가 받은 것을 내놔야지.

그게 바로 봉사 아닙니까. 그게 사판이지요. 흔히 이판의 입장에서 우월해 보이기 위해 사판을

분리하는데요. 어느 한곳만 좋다 그러면 그건 병입니다. 수행과 행정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

 

-지난해 대선 전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대선 후보들이 스님을 찾아왔다던데요.

"와도 여기서 잠깐 얘기하고 말지.

뭐 자기가 불교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들을 했어요.

사실 다른 종교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불교 얘기하기도 바쁜데 남의 종교까지 뭐….

저는 지역 기관장 모임이나 초청에 절대 안 나갑니다. 종교는 정치에서 초연할 필요가 있어요.

스님들이 총무원 행정이나 이런 것은 어쩔수 없지만 협잡술 부리는 정치인이 되면 안 됩니다.

스님이 정치인 되면 끝나는 거지."

 

한국 불교, 한국 사회

-한국 불교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보십니까?

"불교계가 가지고 있는 폐해 중의 하나가 부적절한 뇌물 수수입니다.

본사 주지 선거가 있으면 본사 주지는 말사 주지들한테 점수를 따려고 돈을 뿌리고

말사 주지는 임명을 받으려고 돈을 갖다 바칩니다. 절의 재정이 열악해요.

순복음교회나 명동성당 같은 경우에는 예산이 1천200억원씩 되거든요.

그런데 조계종이라면 특별예산 포함해서 300억원이 안 돼요. 재정이 열악한 상태에서

스님과 스님 간에 돈이 오가는 거예요. 그 연결고리가 끊어져야지 돈이 절을 위해 쓰여집니다.

어떤 스님들은 절에서 점을 보고 굿을 해줍니다. 비불교적이죠. 그런 불교가 많아요.

사찰 관람료를 받는 것도 불교 발전과 포교를 저해합니다.

먹고살 만하니까 포교활동을 안 하는 거지요.

사찰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 얼마나 포교하기 좋습니까."

 

-스님과 한국불교대학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도 있습니다.

조계종 행사에 비협조적이라거나 독단적이라는 말도 있던데요?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그런 얘기에 흔들리면 큰일 못 합니다. 시기·질투를 하는 거죠.

나는 아예 모임에 잘 안 나갑니다. 심지어 나보고 조계종이 맞니, 아니니 그런 얘기도 하거든.

근본 뿌리를 흔들면 이게 흔들릴까 싶어서 주위에서 계속 태클을 거는 거라.

사실 요즘에는 60, 70대가 되어도 노스님 소리를 못 들어요. 그런데 난 여기서 상좌를 받지

회주라 그러니까 못 봐주는 거죠. 불교가 그런 보수성 때문에 발전이 안 돼요.

전부 '줄' 타려고 하고. 이거 바꾸지 않으면 불교가 혁신이 안되는데 바꿀 기력이 없는 거지요."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아침·저녁으로 5분씩이라도 명상을 해보세요. 그리고 삶 자체를 수행으로 생각해야죠.

위파사나 수행이라고 하는데 차를 마실 때는 오로지 차 맛을 보고, 걸어갈 때는 걸어갈 뿐이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이렇게 자신을 순간에 100% 몰입시키는 생활이 된다면 큰 수행이죠.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 인생을 100% 충실하게 사는 것이고 그 길이 가장 완벽한 삶이지요.

최상의 행복은 감정적인 흐뭇함이 아니라, 나와 대상이 함께하는 불이의 경지이니까.

조금 늦추고 물러서서 한 박자 늦추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지긋이 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장성현기자

 

출처 : 매일신문(19일자) 주말판 인물+

 (읽기 쉽도록 문장과 문단을 재구성 하였습니다.)

출처 : 불교인드라망
글쓴이 : 부루나/원더우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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