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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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연등모연문/혜조스님

보현화 2008. 5. 24. 23:39

                                                                               연등모연문

                                                                                                           -혜조스님-

 

등을 다세요

부처님 전에 등을 다세요

 

오랜 세월 꼬깃꼬깃 접어둔

말할수 없는 슬픔을 다세요

 

대중속에 있어도 한기처럼 스며오는

외로움을 다세요

 

마음에 서리서리 고여 있는

미움과 원망을 다세요

 

시뻘건 화염인 양 분출하는

노여움을 다세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배신감을 다세요

 

꺼지지 않는 숯불처럼 활활 피는

잠재된 욕망을 다세요

 

손에 힘이 쑤욱 빠지는

우울함을 다세요

 

살면서 불현듯 느끼게 되는

서운함을 다세요

 

누가 없어도 고개를 못드는

그늘진 부끄러움을 다세요

 

안개비처럼 속옷을 적시는

자잘한 불평들을 다세요

 

털어도 다시 쌓이는

먼지와 같은 번민을 다세요

 

우쭐거리는 자만심과

어리석음을 다세요

 

주체 못하게 버거운

삶의 불안을 다세요

 

아무리 시커먼 번뇌라도

부처님 등불로 밝히면

 

불평이 기쁨이 되고

불안이 환희가 되어

 

고�이 행복이 되며

슬픔이 즐거움 되고

 

원망도 자비가 되며

사나움도 어질어지나니

 

등을 다세요

부처님 전에 등을 다세요

 

 

★혜조스님...공주사대 졸업.'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너를 위해 밝혀둔 작은 등불 하나]발간.

               조계종 문화국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