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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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1부대 화랑동명사 군포교 현장을 가다..

보현화 2008. 11. 9. 23:27

2008.11.8(토)

 

주말농장처럼 어쩌다 한번씩 가는 언니네 밭의 감나무에서 올해는 제법 감이 튼실하게 열었고,

발갛게 익은 감홍시를 보며 11월 법회엔 필히 아이(군장병들)들을 먹여야겠다고 생각한 언니는

양껏 먹이를 물어 나르는 어미새처럼 아직 제대하지 않은 아들에게라도 먹이려는듯 소중하게 한알한알 갈무리하여 보관했다.

 

얼마 있으면 스페인으로 유학차, 근무차 떠나는 하나뿐인 아들은  소령계급을 달고 곧 고국을 떠난다.

일찌기 어머니 품을 떠난 녀석은 결혼했지만 자주 볼수 없으니 출가승에 다름 아니다.

출가승의 어머니는 포기부터 배울까?..아들을 나라에 바친 모정은  담담하다.

아들 없는 내가 아들 가진 어미마음을 알랴만..첫 조카라서 유난히 귀여워 했던 녀석이 부처라면 내가 그 이모 마하파자파티가 아니었을까 하고 싱긋이 미소짓기도 했던 조카..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열심히 하듯 역시 국방의 의무를 복무중인 군부대 장병들에게 가지는 언니의 성실은 참 오래다..

십수년전에 아들을 서울 육군사관학교에 입학시키던 그 눈빛으로, 그 모정으로 장병들을 챙기고 싶어 하니

지극한 마음...지심귀명례의 바로 그 마음이 아닐런지..

 

감이 몽땅 홍시가 될려면 언제 될지 몰라 부득이 카바이트를 넣어 밀봉해서 며칠만에 개봉박두하니 몇개만이 얼굴이 빨갛네~~

다시 밀봉하고 이번엔 이불에 감싸서 전기장판에 불까지 넣어 찜질했더니? 그나마 40여개 얼굴이 익었다~ㅠㅠ

요즘은 보통 50여명은 오는거 같은데 한개씩이라도 먹이려면 감이 모자라네? 감을 두고 감을 사야 하나? 날짜는 임박하여 당일아침까지 메롱메롱한 얼굴인 감들을 보고 있다가 어미닭 병아리 품듯이 꼭꼭 싸매도 별반응이 없다. 당췌 얼굴이 안 빨개지는? 한뻔뻔하는 감들은 집에 놔두고 출발-ㅠㅠ.

 

오늘은 짐이 많아 청산 포교사님의 친구인 유형기 거사님을 경산까지 와 주십사 부탁드렸다.

건강이 좋지 않아 한번씩 빠지면서도 오랫동안 묵묵히 차량보시하시는 유거사님 차에 감 상자들을 싣고 불로동의 청산포교사님 댁에 갔다. 풍년이라 귀한 감은 아니지만 벌레먹든 말든 약도 안치고 일일이 풀맨 밭의 감이니 영양가는 있겠지 하는 마음을 담아 유거사님과 함께 선물하고, 늘 가는 떡집과 과일가게에서 주문한 아이들 간식을 챙겨 팔공산 능성동 8251부대로 출발.  

장병들에게 줄 감, 떡, 사과, 귤을 실으니 차 드렁크 한가득...장병들이 늘어나니 간식비도 장난이 아니다. 

 

 

 

                                                                  법당앞 왕벚꽃나무 잎들이 고운 낙엽으로 내렸다...

 

 

오늘은 참석 않으셨지만 청산포교사님의 또 다른 친구분이 보시한 귤 한상자로 더욱 넉넉한 11월 법회.

게다가 오늘은 언니 학창시절 친구까지 참석해서 좌복보시까지 해 주어서 감사기쁨 200%!!

며칠전 사단법사님과 군팀 포교사들 상견례 때 따로 유명상 대대장님께서 좌복보시할 분을 찾으셨다 한다.

12월 초면 8251부대를 떠나실 대대장님께선 법회때 늘어난 인원으로 해서 모자란 좌복을 눈여겨 봐 두셨다가 부탁해 오신거라고 한다. 맨바닥에 앉아 차가울 장병들을 마지막까지 걱정하고 챙기는 지극한 부성애라고나 할까..

8251부대(화랑동명사)내 불자회인 '금강회'의 회장을 맡으며 선본사에 보시금찬조받아 아이들 챙기고 얼마전엔 모교인 한국불교대학관음사의 115기 도반들의 보시금까지 장병들을 위해 쓰시고..본인은 물론 장교등 자비를 각출하여 많은 경비를 지출하고 계시는 대대장님은 철저한 지출장부까지 만들어 한국불교대학관음사의 슬로건인 재정투명까지 완벽하게 실천하시는 실천불자시다.

 

격월로 교대법문하시는 청산포교사님과 언니 심진성 포교사.

이번 11월 법회담당은 언니차례여서 어떤 프로그램이 좋을까 궁리하다가 내가 이야기한 적이 있는

인허스님(한국불교대학관음사 카페인 불교인드라망의 지도법사)의 절하기 프로그램을 적용하기로 하였다.

'관세음보살. 사랑합니다.' 불교인드라망 카페의 오랜 구호 내지 캐치프레이즈가 될 이 인사법은

참 친근하고도 가까운 부처님과 불교, 도반애를 각성시키는 강력한 각성제이어서 고민없이 채택!!

 

매직팬과  이름적을 종이를 준비하여 3시 법회에 속속 입회하는 장병들에게 나누어 준뒤 핀으로 가슴에 달아 주었다.

옛날 수건을 가슴에 달고 국민학교(초등학교) 입학하던 어린이들이 연상되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때 아이들이 유독 콧물을 많이 흘렸었나? 그런가? 아니다. 생각해 보니 화장지가 없어서 그런것 같네.

타임머신을 타고 유년시절로 돌아간 동심이 나만이랴~ 이름표를 가슴에 단 장병들 얼굴도 동심스럽기 짝이 없다.

 

언니 심진성 포교사의 인삿말과 간단한 프로그램 설명타임-.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여러분 외로운가요? 여자친구 생각 나지요?(모두 예라고 대답하며 웃음)

오늘은 제가 다니는 한국불교대학관음사의 다음카페 '불교인드라망'의 지도법사이신 인허스님께서 지도하신 독특한 절하기를 체험해보기로 합니다. 절도 하고 얼굴도 익히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랍니다. 절에 오면 절을 많이 한다는거 알고 계시지요? 절의 의미는 오체투지로 건강과 함께 하심하며....

 

 

 

 

 

 

둥글게 원을 만들어야 되는데 42명의 장병들만으로도 법당은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차서 원만들기가 불가능. 해서 지그재그로 동선을 만들어 좌복을 까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한불대 옥불보전의 넓은 법당이 눈에 선하기만 한데...

오늘 유명상 대대장님이 계셨더라면 1순위로 부하장병들에게 몸을 낮추셨을 터이다. 언젠가 언질을 드렸을때 기꺼이 동참하시겠다고 하신 그 소탈함과 겸손한 인품은 열린 사고를 지향하는 지휘관의 소신! 바로 그것이었다.

 

스승이신 스님께서 학생신도들에게 솔선수범하듯 먼저 몸을 낮추시던 불교인드라망의 정모날을 잊을 수가 없다.

'스승은 군림하는게 아니라  이끌어 주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신 인허스님의 파격은 '거침없는 하이킥'이자 '걸림없는 바람'이었으므로-.

 

 

 

 

 

가장 먼저 청산 포교사님이 장병들에게 절을 하셨다. 이어 언니인 심진성 포교사..

나는 사진 찍어야 해서 빠졌는데 좀 아쉬웠다. 모두에게 절을 받고 모두에게 절을 하고 다시 제자리로 와 앉는 절하기는 본래본성의 자리를 찾아가는 짧은 구도의 만행같이 느껴졌다. " 관세음보살. ***님. 반갑습니다. 사랑합니다" "관세음보살. ***님. 반갑습니다. 사랑합니다"...처음 해보는 절에 어리둥절하고 때로는 신기해 하면서 어느덧 송글송글 이마에 땀이 맺히는 장병불자들을 보면서..마음 속으로 부처님을 보낸다. 가슴 가슴마다..

있거나 혹은 있을 애인에게 말하듯 뜨겁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상대동료를 부처님 뵈듯이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절을 하고 절을 받을때는 겸손하게 합장하시기를 바란다는 멘트를 사이사이 넣어 주면서...

 

좁은 법당에서  일어나고 수그리고 이어지는 행렬로 야단법석이 따로 없었다. '사랑합니다'라는 단어에 함축된 뉘앙스로 때로는 부끄럽기도 하면서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꽃이 되어 주었다. 아름다운 꽃송이들-. 

 

처음으로 하는 절에 힘들었을지도 모를 장병불자들에게 절하기가 끝이 나기 바쁘게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장병들을 향하여 절하고 난 소감을 인터뷰하자고 하였더니 저요! 저요! 저요! 세명이나 자청해 소감을 말해 주었다.

 

정석화(병장)...법회에 참석하면서 어색했는데, 오늘 처음 절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예의는 물론 불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 되어서 좋았습니다.

손형석(일병)...불교법회에서 처음으로 절하는 법을 배웠는데, 군부대뿐만 아니라 딴데서도 절하는 법을 배우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에 '사랑합니다'라는 인삿말이 와 닿았습니다.

김효동(일병)...지난 7,8개월동안 불교행사(법회)에 나왔습니다. 오면서 늘 느낀건 항상 형식적인 인사, 형식적인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인사하는 법도 배우고, 한 부대 사람들끼리도 더 친해진것 같고 좋았습니다. 제가 불교인이라는게 기쁩니다.

 

소감내용은 모두 긍정적인 반응으로 절하기 이벤트는 성공했다고 봐도 좋았다. 법당이 좁아 다소 어수선하였어도 일단 절은 하였다. 42번이나 몸을 낮추고 땀을 흘리면서 그들은 분명 좋은 생각들로 충만한 시간이었으리라 믿고 싶다. 단순한 절하기가 아닌 '꺼리'와 '재미'가 있는 절하기와 인사법이었으니 나름 화제거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들이 제대후 사회에 나와서 불교를 접하고 다행이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공부를 하게 되면 아하~ 단순운동이 아니었구나 하고 무릎 칠날이 올거라는 희망으로 불성종자를 심는 군법회 포교활동!

컴이 서툰 언니를 대신해서 글과 사진으로나마 일부분 인터넷포교에 일익하고픈 내가  할수 있는 일은

동행해서 열심히 카메라 셔터 누르는것 외에는 딱히 없지만 필요한 일이니 가급적 동참하려고 한다.

 

강의와 법문에 능한 청산 포교사님과 함께 명상이나 주변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법회를 해 나갈 계획을 세워야 하는 언니의 고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벤트 등 쉼없는 연구개발이 필요한 군법회 포교!  언니보다 몇년 앞서 군법회 활동을 성공적으로 치루어내고 있는 한국불교대학관음사 경산도량의 지혜심(2기)님이 새삼 대단스러워 보인다.

오랜, 꾸준한, 성실한...이런 인내강한  단어들과 '뒹굴어야 하는' 봉사의 현장은 아무리 봐도 수행이 먼저인거 같다. 인내와 하심의 보살행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수고로움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면서 묵묵히 그 길을 가는 거겠지. 부처님을 뒷빽 삼아 떠나는 수행의 길..그런 거..

 

관세음보살. 아무리 봐도 그대들(모든 인연있는 중생들)은 반갑고도 사랑해야 할 존재의 위대함이다.

아무쪼록 부처님. 오래오래 제행무상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