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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안거 마친 송광사 유나 현묵스님

보현화 2009. 5. 28. 21:52

<인터뷰> 동안거 마친 송광사 유나 현묵스님

 

순천 송광사 동안거 해제법회

"진정한 웰빙은 마음의 평온에 있습니다"

(순천=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세상 사람들은 너도나도 유기농법으로 지은 친환경 먹을거리를 찾지만 그것으로 웰빙이 될까요? 진정한 웰빙은 마음의 평온에 있습니다."

조계종 제21교구 본사 조계총림 송광사의 유나 현묵(58) 스님은 동안거(冬安居) 해제일인 21일 "수행의 공덕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축복과 은혜가 내린다"고 말했다. 유나는 총림 사찰에서 수행을 지도하는 큰스님을 일컫는다.

송광사 내 선방인 수선사와 문수전의 수장으로서 지난 3개월간 산문 밖 출입을 삼간 채 30명의 선승들과 함께 수행 정진해온 현묵스님은 "몸은 마음의 그림자"라면서 "수행과 기도를 많이 해서 마음이 가지런하게 안정되면 겉모습도 저절로 단정해지고 밝아진다"고 강조했다.

현묵스님은 1971년 출가 후 지리산 칠불사에서 7년간 묵언수행을 하고 3년간 결제를 풀지 않고 용맹 정진하는 등 치열한 구도행각으로 선승들 사이에 이름이 알려져 있다.

30여년간 오직 수행승의 길을 걸어온 그는 "수행은 밝은 용모를 만들어내는 것 외에도 힘과 용기, 건강과 장수, 지혜와 덕을 가져다 준다"면서 "문명의 발달로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참나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서도 수행의 중요성은 크다"고 말했다.

현묵스님은 "실직한 직장인이 3천배를 하며 용맹정진한 뒤 힘과 용기를 되찾는 것을 보았다"면서 "수행을 통해 남을 원망하지 않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 건강해지고, 바람이 멈춰 잔잔해진 호수에 밝은 달빛이 비치듯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면 지혜와 덕이 저절로 생긴다"고 덧붙였다.

오랜 수행이력을 드러내듯 그윽한 눈빛과 깊은 울림의 목소리를 지닌 현묵스님은 "7년간 묵언수행을 하고 난 이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목소리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있다"면서 "침묵을 통해 남의 허물을 들출 일이 없다 보니 구업(口業)을 짓지 않게 되어 목소리가 저절로 좋아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광사는 '스님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수행가풍이 엄격하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타락한 고려 불교를 혁신하기 위해 정혜결사(定慧結社)를 벌였던 이곳은 이후 조선 초기까지 16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이다.

현묵스님은 "송광사 선방은 다른 곳처럼 용맹정진이나 철야정진을 하지 않지만 출가자의 본분을 잊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새벽 2시에 일어나 저녁 9시까지 빡빡한 일정 속에 교과서적으로 선방을 꾸리기 때문에 다른 선방에서 살다온 수좌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이런 수행전통 때문에 다른 사찰에서 "상좌교육을 잘 시키려면 송광사로 보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현재 송광사에서 출가를 앞두고 행자교육을 받는 10명 가운데 절반이 다른 절에서 위탁한 이들이다.

이와 같은 송광사의 수행가풍은 보조국사의 아호인 목우자(牧牛子)에서 유래한 '목우가풍'으로 불린다. 보조국사 이후 총림의 최고 어른인 방장스님들이 소를 치는 목동처럼 솔선수범해 예불, 공양, 울력을 함께하니 아랫사람들이 이를 본받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조선시대와 일본강점기를 거쳐 쇠퇴한 한국불교를 중흥시키기 위해 보조국사의 목우가풍을 송광사에서 다시 일으켜 세운 구산(1903-1983)스님은 마당을 쓸고, 밭에서 김을 매고, 김장을 함께 담그는 등 승가공동체 정신을 몸소 실천해 그 전통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현묵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도 제자들과 함께 탁발에 나서 공양을 같이 했다"면서 "어른이라고 해서 아랫사람에게 일을 시키거나 대중 울력에서 빠지는 것은 부처님 법대로 사는 이치에 어긋난다는 것이 송광사 스님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현묵스님은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법구경'의 간결한 게송 속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행자의 자세가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사자는 내면의 힘이 있기 때문에 바깥에서 어떤 소리에도 놀라지 않습니다. 수행자는 비난이나 칭찬의 소리에 초연해야 합니다. 세상살이에서 생겨나는 모든 마음고생은 사람과 물질의 그물에 걸려서 생겨납니다. 모든 것은 인연을 따라 생겨나는 것이니 마음을 텅 비우는 것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비결입니다."

현묵스님은 "법정스님이 송광사 불일암에 계실 때 거제도와 부산 초청법회에 함께 가는 차 속에서 이 게송을 노래하니 '팔만대장경을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은 오탁악세(汚濁惡世) 속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참나를 찾아 정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소처럼 일념을 갖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가장 오랫동안 시봉하고 그 가르침을 모두 기억하고 있던 아난존자도 인연이 닿지 않아 스승의 사후에야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도(道)나 진리는 남에게 물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하늘天,땅地
글쓴이 : 푸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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