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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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인 섬, 홀로 찾아가는 섬여행

보현화 2011. 6. 26. 18:56

동행자와 함께 하는 여행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느끼는 공감대와 친화력이 있어 좋다면,

홀로여행은 여행지의 속살을 좀 더 들여다 보면서 나와 여행지에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어 좋다.

 

 

 

 

 2011년 5월 29일.

외도, 청산도에 이어 세번째 홀로 가는 섬여행지 소매물도.

완벽한 홀로여행은 늘 비용과다 문제로 떠남을 주춤거리게 하는 아킬레스건.

해서, 어쩔수 없이 단체여행객들에 묻어 가지만 둘 또는 삼삼오오가 아닌 혼자이니 나름 홀로여행이 아닐까?

바람에 묻어 가는 민들레처럼...

 

한동안 재적사찰 소속 산악회를 따라 다니며 명산대찰을 즐겨 좋았으나

정작 내가 가고 싶은 날짜와 장소가 일치하기는 어려운지라 내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해 인터넷검색하다 알게 된 것이

대구소재 'KJ산악회'였다.

 

자신이 편리한 날짜와 원하는 장소를 골라 등산할수 있고 여행할수 있는 것은 물론,

음주가무 없고 출발시간 정확히 지키는 등 구미 당기는 조건들이 많아 청산도에 이어 소매물도까지-.

 

비 오는 날과 바쁜 날을 피해 시간 맞추다 출발 몇시간 전. 홈페이지 들어 가 보니

여유좌석이 있다 해서 부랴부랴 준비해서 나갔더니 좌석이 다 찼음은 물론 보조좌석까지 동이 났다고.

 

"새벽잠도 안 자고 경산서 왔는데 돌아 갈 수도 없고 우짜지요? 자리 없으면 맨바닥에 종이 깔고 갈테니

오늘 목적지에 갈수 있게 낑가 주이소예~"

가이드에게 사정했더니 일단 두번째 경유지인 성서까지 가 보자고 한다.

몇개 단체가 왔는데 그 중에서 결원이 생겼던지 다행히 빈 좌석이 생겨 용케 앉아 가는 행운을 얻었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영산휴게소에 8시 25분경 도착,

그리고 10시 40분 몽돌해수욕장에서 휴식하기 위해 잠시 정차했을때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소매물도에 풍랑주의보가 경보되어 입도거절 되었다 한다.

소매물도 사진 찍으려는 강한? 목표로 카메라 단디 챙겨온 나는 힘이 쭉 빠졌다.

함께 동승한 여행객들도 모두 아쉬움의 장탄식을...

 

하니 어쩌랴, 바람 시원한 늦은 봄해수욕장의 몽돌들을 발밑에 감촉하다가 30분 뒤 다시 차에 오르니

거짓말처럼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어 입도허가가 떨어졌다 한다.

데이트 거절 당한 연인처럼 속상했다가 모두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었다.

 

"난 역시 운이 좋아. 재수가 좋아!"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화창한 오월의 하늘과 바다를 맘껏 호흡하며

2007년도에 길에서 주운 외도행 관광객 모집 전단지 보고 따라간 외도행을 회상했다.

 

멋 모르고 가격 싸다 해서 따라 갔더니 사슴농장, 인삼공장 돌리며 물품강매 분위기를 은근 풍겼던 외도섬 여행도 그랬다.

아침엔 괜찮았는데 오전에 안개주의보가 내려져 역시 입도거절된 상태에서 회귀해야할 즈음 가까스로 해제되어

무사히 외도에 발을 디뎠던 그때의 감격도 오늘처럼 그랬었지.

 

그 당시 외도에서 1시간도 안되는 짧은 체류관람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던 기억이 새롭다.

오전에 입도불가로 관람객 수가 적어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 풍경을 많이 담아 올수 있었던 좋은 조건의 外島여서

더 기억에 남았으며, 내 블로그에 올림은 물론 그때 찍은 외도사진을 

Daum 홈> 여행 >국내여행 코너에 후기와 같이 올려서 수만명이 보고 갔고

다음 홈에 며칠동안 메인화면에 뜨기도 했던 외도섬 여행사진의 추억...

짦은 관람시간에 혼자라는 조건은 촬영과 감상을 가일층 배가시켰다.

혼자였기에 누릴수 있었던 몰입의 순간들이어서 더 밀도있는 시간이었던..

 

거제도 저구항에서 11시 40분 출발하여 바다에 나서니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은 배가 지나가는 길에 따라 다른 각도에서 다른 풍경으로 다가 온다. 풍랑주의보가 잠시 있어서였던지 높낮이를 달리 하는 파도가  뱃전을 때리며 포말을 토해 낸다.

 

 

 

  

 

 

 

 12시 25분에 소매물도에 도착.

돌아가는 출항시간이 16시 20분이니 늦어도 10분까지는 포구로 오라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각자 자유시간.

원래 일정은 3시간 미만의 관람시간였는데 풍랑주의보로 잠시 일정에 풍랑이? 분 덕에 관람시간 연장이라는,

배 시간이 변경되어 얻은 부가팁이었다.

 

한번의 장애는 한번의 기회도 준다! 내가 암이라는 파도를 만나서 다른 섬을 발견했듯이!!

 

인생이모작을 암과 함께 시작했으니 바다에 존재하는 파도(거친 풍랑, 필요악일지도 모르는)의 존재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누군가가 당신은 바다에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각자 파도, 배, 조약돌, 고래...등 여러가지 바다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생각하며 말했다.

질문자가 말했다. "바다의 노을이 되십시오, 바다를 물들이는 노을!"  그 노을은 '영향력'을 의미했다.

바다의 한 작은 개체가 아니라 바다를 포용하고 다스리는 영향력 있는 큰 사람이 되라는 뜻이었던...

 

조약돌을 쥐고 놀다가 배를 타고 나서서 풍랑을 만나고 고래도 보고... 바다를 겪다가 마침내는 노을을 만나게 될 것이겠지.

바다를 물들이는 노을이 못 되어도 노을 속으로 노 저어 갈 것이겠지..희망이라는 미래의 전개를 기대하며..

 

 

   

 

 

소매물도는 상상했던 것보다 아름답다. 순간을 박제하는 카메라의 역할은 오늘도 분주하다.

디카도 전자제품이라 상태가 전 같지 않다. 2005년도에 장만해서 얼마나 셧터를 눌러 댔는지 모른다.

늙어 가는 내가 눈이 흐려졌듯이 카메라도 늙어 렌즈촛점이 흐리다. 장면의 선명도가 떨어진다.

DSLR카메라가 아니어서 전문가 영역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최소 기록정도는 정확히 해 주어야 하는데..

내가 아무래도 카메라를 너무 혹사 시켰나 보다.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 소 눈망울이 오버랩되어 미안해 진다.

 

남해의 알프스라고 하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소매물도는 TV프로 '1박2일'에 소개되어 더 유명해졌고 유명세만큼

관광객들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는, 그래서 입항숫자를 조절해야 한다는 등 소매물도 주민들 회의가 있을거라는 걸

뉴스기사에서 보고 온지라 매물도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더 눈에 띄었다. 자연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금줄과 금줄에 붙여진

「No entry」경고문이 마음 아팠다.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그 너머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쉽지만 참아야 했다, 소매물도가 스스로 속살 보여줄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썰물때 갈라지는 바닷길을 건너 등대섬을 돌아 나오며 시간을 보니 13시 45분.

혹시 물길이 닫힐까봐 일단 건너 와서 식사했다. 등대섬을 바라보며 파도소리 들으면서 먹는 김밥맛이란-.

 

 

 

  

 

 

 

 16시 20분에 소매물도를 떠나 17시에 저도항으로 다시 돌아와 대구로 귀향한 시간이 21시경.

 경산집으로 돌아 오는 버스속에서 오늘 여행을 되새김해 본다.

 

저는 친구들 여럿과 함께 여행 왔는데요, 어떻게 혼자 여행 올수가 있지요?라고 신기해하며 놀라던

내 옆 자리의 새댁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해 본다.

"혼자 더러 다녀요. 조조영화도 혼자 보러 가고 쇼핑도 혼자 가고~혼자여서 좋은 점도 많답니다"는

내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공감하였다.

"혼자도 갈수 있는 거군요~ 그럼 저도 이제 혼자 여행 해 볼까 봐요. 그렇군요~음~ "

이어

"사진 찍으시는 것도 그렇고.. 혹시 블로그 있으세요? 구경 가 보게요. 오늘 이런 저런 이야기로 아주 유익한 시간 되어

즐거웠답니다"는 인사도 빠뜨리지 않던...

 

블로그(인터넷)가 온라인의 소통이라면,

여행은 오프라인의 소통이자 항상 자신과 함께 떠나는 세상구경이다.

하나는 일체 속에 있고 일체는 하나로서 구성되는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은

여행에 함께 하는 화두가 틀림 없다.

 

보고 듣고 배우는 나그네의 길, 떠남은 늘 설레임이다.

돌아 오는 발길은 더욱 설렌다. 다음 여행지를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