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흐르는 강 (2013) Following Sand River
요약정보
2008년, 4대강 착공식 뉴스를 보고 산에서 내려와 물길을 따라 걸으며 무너져 가는 강의 변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수해 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 경제발전 등 정부의 화려한 구호와는 정반대로 내 눈이 보고 있는 것은 무너져 가고 파괴되는 섬뜩한 국토의 모습이었다.
낙동강의 지천인 내성천으로 올라 온 것은 본류 공사가 끝나 갈 무렵이었다. 4대강 공사장은 다시 기억하기 조차 힘이 들지만 내성천과 같은 모래지천이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 강이 스스로를 회복 해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성천 하류에는 두 개의 보 계획이 세워져 있었고 상류에는 물과 모래를 가두는 댐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산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수몰지구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강이 되자
영주댐 건설로 변해가는
내성천乃城川의 모습을 담다
극장에서 보는 첫 4대강 다큐
“4년이란 너무나 짧은 시간에 우리는 강의 원형을 잃었고,
강으로 향한 실핏줄 같은 지천들은 깊어진 본류를 향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 시름을 알리 없다는 듯 지천 상류에는 댐이 건설되고 있다.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지금 우리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지고 있다.”
4대강 사업에 관한 첫 극장 개봉작으로 주목 받고 있는 <모래가 흐르는 강>은 상류에 건설되고 있는 영주댐 공사로 인해 본래의 효용과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내성천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으로, 4대강 공사 직후부터 강과 함께 생활해온 지율 스님이 직접 촬영, 편집, 연출을 맡아 자연에서 멀어져 간 우리 모두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소백산 일대를 형성하고 있는 화강암질 편마암이 흘러 들어 풍부한 모래밭을 형성하고 있는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모래밭이 가장 발달한 하천으로, 낙동강 본류에 모래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로 인한 자연경관은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비경祕境이며, 수달, 삵, 먹황새, 원앙,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보존가치 또한 매우 높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준설작업으로 인해 깊어진 강 본류를 채우기 위해 지천의 모래들이 쓸려 나감으로써 검은 자갈밭으로 변하고 있는 내성천의 모습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영주댐 건설로 평생의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마을 주민들, 3,780,859 제곱미터의 농경지, 400년 전통의 집성촌, 38점의 문화재,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버들 군락 등 수몰될 위기에 처한 내성천 강변의 풍경은 ‘사라져가는 모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모래가 흐르는 강>이 보다 큰 울림을 주는 것은 4대강 사업을 통해 강과 강에 깃든 생명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새로운 힘을 전달한다는 데에 있다. ‘1년에 1m씩 퇴적 되는 모래가 흐르는 놀라운 강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행착오로 인하여 우리는 강에 대하여 더 많이 알게 되고 강의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귀 기울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는 영화 속 멘트처럼,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묵직한 힘을 지녔다.
강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그 날까지
아픈 기다림을 시작한 지율 스님,
우리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묻다
“우리는 그동안 모래가 움직이는 에너지를 알려 하지 않았으며
강이 품고 있는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우리가 자연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동안,
자연의 놀이터를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너무도 무심하게 강에 가했던 폭력을 배워간다.
우리는 강이 변해간다고 이야기 한다.
강은 우리가 변해 간다고 이야기 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변화는 강과 강에 깃들어 사는 생명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강에 가하는 폭력을 멈추고,
강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이들에게 자연의 놀이터를 돌려주는 일이며
강이 우리가 입힌 상처를 치유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일이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천성산을 관통하는 한국고속철도 (KTX) 원효터널 건설을 막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던 지율 스님이 4대강 공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강길을 걸으며 강의 변화를 기록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생명, 자연, 환경에 관한 ‘성찰’의 길로 우리를 인도하며, 푸른 강물, 금빛 모래밭, 강에 터를 잡은 동식물 등 수억년 동안 흘러왔던 강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물결무늬를 새기며 흘러가는 강물, 청량하게 흐르는 물 소리, 모래에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 노는 아이들 등 잊었던 강의 모습을 담담히 기록함으로써 자연을 잊고 살았던 우리들의 삶을 환기시킨다. 강과 강에 깃든 생명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우리 삶의 가치에 관한 고민을 이끌어내는 것. 더 나아가 생명과 자연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우정을 회복한다면 머지 않은 시간에 상처 입은 강은 스스로 치유해 갈 것이라는 믿음 또한 전한다. “영화는 강을 살리기 위한 첫 걸음이다. <모래가 흐르는 강>을 통해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이 변화되었으면 한다.”는 지율 스님의 이야기는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린다.
푸른 강물, 금빛 모래밭,
그리고 강에 깃든 모든 생명을 위한 기록
자연과의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낮은 발걸음
“강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그동안 강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치 씨방을 터져 나온 꽃씨들이 모태의 기억을 잊어버리듯
우리는 강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4대강 사업은 그런 우리의 망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내성천 보존 운동은
모래강에 발을 담그고 망각의 세계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비록 한 마리의 자벌레처럼 걷고
물살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흐름을 따라 흘러가지만,
모래 바람 날리는 강변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마음속 어딘가에 강이 흐르고
그 강 길을 걸어오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 기다림은 멀어져 간 사랑처럼 그립고 너무 아프다.”
생명의 에너지를 실어 나르던 수억년의 물길을 살리는 작업은 잊었던 강을 기억해 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푸른 강물, 금빛 모래밭, 그리고 강에 깃든 모든 생명들을 기억해냄으로써 자연과의 우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제작되었다. 이러한 바람은 ‘텐트학교’, ‘1평 사기’,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 발족 등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내성천을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래가 흐르는 강>의 극장개봉은 이러한 발걸음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1억년의 역사를 가로질러왔던 생명의 흐름이 단 1년 만에 끊기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자연의 본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이 우리 모두를 내성천 습지로 이끈다. ‘자연과의 화해’는 이 작은 발걸음에서부터 시작된다.
[ Hot Issue ]
단 19일만에 414명의 배급위원단 모집!
텀블벅 최고 금액 32,105,000원 달성!
강을 살리기 위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되었다
극장개봉 비용 마련을 위해 2월 27일부터 3월 17일까지 진행된 <모래가 흐르는 강> 배급위원단 ‘내성천 지킴이’ 모집에 414명의 시민들이 참여함은 물론, 온라인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최고 금액인 32,105,000원을 달성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약 3개월간 169명의 후원자를 통해 8,227,000원을 모은 다큐멘터리 <어머니>, 약 3개월 동안 834명의 배급위원단을 통해 29,218,658원을 모은 용산 다큐 <두 개의 문>, 약 한 달간 264명의 후원자를 통해 14,300,000원을 모은 독립영화 <지슬> 등 영화의 뜻에 공감하는 관객들의 힘으로 극장개봉 비용을 마련했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모래가 흐르는 강> 역시 강을 살리고자 하는 관객들의 바람이 모여 400명이 넘는 배급위원단이 모집되었으며, 3,000만원 이상의 극장개봉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모든 것이 입소문만으로 단 19일만에 이루어졌다는 것. 이는 녹조 현상, 갈조 현상, 강 둔치 붕괴 등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이 속속 보고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염려, 강의 예전 모습을 다시 보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400인 배급위원단의 응원을 발판 삼아 강을 살리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한 <모래가 흐르는 강>은 극장개봉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강의 소중함을 알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성천 습지 보존∙복원을 향한 다양한 발걸음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향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길 희망한다.
[ Keyword ]
내성천 물길을 막는 영주댐 공사
“본류는 작은 지천들이 모여 만드는 큰 강, 지천이 망가지면 강은 돌이킬 수 없어”
4대강 사업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영주댐 공사는 낙동강을 맑게 하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내성천 물길을 막는 토목공사이다. 2009년 12월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에 착공한 영주댐은 총 사업비 1조 838억 원, 높이 55.5m, 길이 400m, 총 저수량 1억 8,110만 톤으로 안동댐의 7분의 1 규모의 다목적 댐으로, 올해 완공되면 하반기 시험담수를 거쳐 2014년 홍수기 전에는 본격 담수가 시작될 예정이다.
영주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변화에 대한 걱정은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 645세대의 주민들은 평생의 보금자리를 떠나야 했으며, 3백78만859 제곱미터의 농경지, 6백 61만 제곱미터의 임야, 면사무소와 우체국, 90년 전통의 초등학교, 400년 전통의 집성촌과 38점의 문화재, 수달, 먹황새를 비롯한 20여 종의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 동식물,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버들 군락과 모래강이 모두 수몰될 위기와 마주했다. 또한 내성천 주변 지역 주민들은 안개로 인한 건강 및 농작물, 교통 피해 등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주댐 공사 입찰에 참여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설계내용 담합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건설사는 기본계획에는 하천 모래를 댐 하류로 내려 보낼 배사문을 두 개 설치토록 했으나, 하나만 설치한 것. 동식물의 이동경로가 될 생태교량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어류가 이동할 어도 또한 설계과정에서 빠져, 생태계 파괴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2013.01.23. 한국일보 ‘[내고장 핫이슈] 영주댐 건설 무엇이 달라지나 기사 참조)
자연과의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동행,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
지난 2월 2일에는 내성천 습지와 생태를 보존∙복원하기 위한 발원을 담아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발족되었다. 지율 스님과 지역 주민, 내성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된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는 내성천 습지와 생태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습지의 생물종 파악을 위한 ‘현장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은 4대강 사업에 얽혀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이해관계를 벗어난 순수한 시각으로 내성천 생태를 조사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또한 답사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토대로, ‘강’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확산시키기 위한 문화 운동, 지자체 및 정부를 대상으로 내성천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2013.02.04. 법보신문 ‘지율 스님, 내성천 지키기 본격 행보’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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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글... http://goham20.com/2812
각본 없이 영화를 촬영했다고 한다. 애초에 영화로 제작할 생각으로 촬영한 게 아니라, 그저 토목공사로 인해 하루하루 변해가는 강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어서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 두었다고 했다. 원래 모습을 기억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강이 어떻게 되어 왔다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았다는 거였다. 100m남짓을 걸을 때마다 한 번씩, 눈에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강원도 태백에서부터 시작해 낙동강을 따라 걸으면서 찍은 사진들은 자연스럽게 한 편의 영화로 탄생하였다.
ⓒ공식블로그
어제(18일) 오후 4시 30분, 왕십리 CGV에서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 영화의 감독인 지율 스님이 참석해 영화를 관람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지율 스님은 지난 2003년, 천성산 터널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단식투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지율 스님은 2003년 3월부터 3년 동안 5차례에 걸쳐 200일 동안 단식을 했다. 비록 천성산 터널 공사가 강행되면서 지난 2010년 11월에 터널은 완공되었지만, 스님의 단식을 계기로 환경문제가 당시의 메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민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의 변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본래 내성천은 피라미, 모래무지, 은어 등 맑은 민물에서만 사는 물고기가 많이 서식하는 깨끗한 하천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영주댐 공사는 내성천의 생태계를 크게 위협했다. 민물고기들의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고 내성천 곳곳에 형성되어 독특한 생태계를 구성하던 모래밭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준설작업으로 인해 낙동강 본류가 깊어지면서, 이를 채우기 위해 지천의 모래와 흙을 퍼다 나른 것이다. 그 결과 몇 년 전까지 모래밭이었던 곳은 어느새 자갈밭으로 변해 있었다. 한편 내성천 곳곳의 산비탈은 벌건 흙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댐 공사 과정에서 산에 있던 나무를 대거 베어 냈기 때문이다.
영주댐 공사가 내성천 자체에만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영주댐 공사 현장 근처에 있는 마을들은 당장 댐이 건설되면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마을 곳곳에 달린 현수막에는 주민들의 처절한 반대 외침이 크게 적혀 있다. 그러나 이미 공사가 확정된 상황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시집 올 때부터 60년 동안 쭉 이곳에서만 살아왔던 할머니도 어쩔 수 없이 얼마 후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영주댐 건설로 인해 645세대의 주민들이 강제로 이사를 가야만 하며, 38점의 문화재와 한반도 최대의 왕버들 군락도 댐 완성 이후에는 수몰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시종일관 조용하다. 굴삭기가 내성천의 모래를 사정없이 퍼내고 하천에서 꺼낸 골재들을 잔뜩 쌓아 놓는 장면에서도, 영주댐 공사를 주관하는 삼성의 마크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도, 내성천이 시간이 갈수록 어지럽혀지고 있는 장면에서도 영화는 감정을 분출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영화에 항상 있는 내레이션조차 없다. 그 대신 영화는 장면과 자막을 통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없이 보여 준다. 밑동이 베인 나무가 산 전체에 걸쳐 쓰러져 있는 장면과 함께 제시되는 것은 식목일을 맞아 나무를 심었다는 뉴스 내레이션이다. 내성천이 조용히 흐르는 모습 다음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돌과 흙을 퍼 나르고 있는 공사 장비들이다.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인 지율 스님은 전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스님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려고 한다. 내성천 근처의 마을에서 아주 오랫동안 살아온 할머니, 곧 수몰될 초등학교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내성천을 유유히 거닐고 있는 온갖 새들과 동물들……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율 스님은 자막을 통해 묻는다. ‘댐 공사가 지역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에 물을 채우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가?’
이처럼 영화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평온했던 한 마을이 얼마나 크게 무너질 수 있는지,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개발 논리를 밀어붙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애초에 영주댐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인 공사다 보니 더 이상 내성천과 그 주변 마을에는 희망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공식블로그
그럼에도 영화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영화 말미에 지율 스님은 ‘강’의 시점으로 얘기한다. “우리는 강이 변해간다고 이야기한다. 강은 우리가 변해간다고 이야기한다.” 강이 보기에, 우리가 지금 변하는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생명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에서 즐겁게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선생님의 손을 잡고 체험학습을 하러 가는 아이들을 보며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을 엿본다. 이들은 그래도 강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강의 중요성에 대해 조금씩 자각하지 않을까, 하는.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강에 대해 파괴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영화는 조용히 말한다.
영화 후에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지율 스님은 일관되게 그러한 생각을 이어 나갔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들은 사람들이 강이 이제는 회복 불가능하다, 이렇게 이야기할 때였어요. 저도 그렇게 될 것을 속으로 각오하고 제대로 바라보겠다, 하고 들어간 건데, 그럼에도 정말 섬칫섬칫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남아서 마지막까지라도 버텨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댐 공사를 주관하는 업체인) 삼성의 표어를 보니까, 1퍼센트의 가능성만 있어도 움직인다고 해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죠. 과연 우리 강은 몇 퍼센트로 우리에게 남아 있고, 얼마나 희망을 가질 수 있을지.” 스님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고, 이곳을 다시 바라볼 수 있을까, 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스님은 영화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영화가 좀 더 잘 홍보가 된다고 하면, 우리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깊이 공감한다고 하면, 좋은 방법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기자간담회 말미, 돌직구 한 방이 날아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자신의 최대 업적이라 생각하는데 여기에 대해 한 말씀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지율 스님은 잠시 침묵하더니 차분히 말을 이었다.
“4대강 사업은 한 사람, 두 사람이 추진하고 계획한 사업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 사회 모두가 동의한 면이 있는 사업입니다. 제가 4년 동안 물길을 걷고 강에 있으면서 한 가지를 느꼈습니다. 우리가 자연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했기에 이런 일들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더 이상 원망과 분노를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제 자신에게 많이 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그 누구도 책임도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것을 답답할 만큼 조용하게, 영화는 우리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이 영화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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