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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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행스님의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 冊을 읽고-.

보현화 2013. 8. 6. 12:35

 

 

 

 

불교호스피스의 대모라 할수 있는

능행스님의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 책을 산지 오래인데 이제서야 읽었다.

그만큼 죽음은 우리들과 아니 이젠 나와 상관없는 아주 먼 남의 나라 이야기였을까? 

10년을 넘은 시간전에 암으로 죽음을 맞딱드려 보았고, 오래전에 '생명나눔실천본부'에 시신기증까지 하고

수첩엔 유사시를 대비한 유서까지 써 다니는 나였는데 말이다. 

이젠 계속 살고 있으니 그냥 잊게 된 걸까? 웰에이징.웰다잉 강의까지 들으러 다니면서도

당췌 현실스럽지않아서일까? 늘 잊지 않아야 하는 가장 '분명한 삶의 모습'인데도 말이지..

 

스님의 책은 죽음 앞에서 벌벌 떠는 중생들의 적나라한 마지막 모습을 담아 깊은 울림으로 나를 울렸다.

 

2004년 봄, 한국불교대학관음사(구. 영남불교대학관음사)에서 실시한

'제1회 불교호스피스대학'  3개월 과정에 오셔서 호스피스에 대한 강의를 절절하게 해 주신 능행스님.  

병고의 아픔과 슬픔, 죽음에 이른 중생의 분노와 두려움,탄식,집착...모두를 오랜 세월 끌어안고 위로해 주신

스님은 아미타부처님으로 현신한 분이 아닐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남기는 마지막 말, "사랑해 보지 못해 후회스럽다". 모두에게 있어 인생은 살도록

선고유예받은 날들입니다.(책13쪽)

 

아침에 또 하나의 죽음을 배웅하고 지친 몸에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몇시간이나

꾸불꾸불한 산길시골길을 운전하며 주인 잘못 만난 내 육신이 서러워서 펑펑 울었다는 스님의 독백글에선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그 악취는 그 분 삶의 향기였을까? (춤으로 일생을 떠돌다 병들어 집에 돌아온 어느 노인의 임종때의 악취에 대한 표현)..

삶의 마지막 모습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온 모습과 닮아 있다. 어떻게 죽느냐,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책 101쪽)

 

-손으로 모래를 쥐어 잡고 얼굴을 모래에 파 묻는다. 아! 나는 언제까지 저 울음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때로는 몸서리가 쳐질 때도 있다. 죽음에 이어지는 통곡... 그 소리 속에는 이 세상에 와서 맺은 인연들, 그래서

서로 잊지 못하는, 아니 잊을수 없는 질기고 질긴 인연의 끈이 있다. 그 인연의 줄을 끊어야 하는 통곡이 깊은 밤

짐승 울음소리처럼 섬뜩하고 무서울 때가 있다.(책112~113쪽) 

 

스님도 사람인지라 얼마나 많이 힘드셨으면...

 

-할매의 담배연기가 구녀산 중턱에 구름이 되어 쉬고 있다.(책162쪽)

 

구름이 된 담배연기와 함께 쉬고 있을 할매, 응급상황의 긴박한 응급실에서도 웃음이 출렁이는 일화들이

그나마 스님의 숨통을 트게 하였을 터-.

 

하루이틀도 아닌 오랜 세월을 피붙이도 아닌 타인들, 중생들을 구제하고 계시는 능행스님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 오른다.

덩치 크고 하얀 피부에 강단 있어 보이는 이미지의 여장부. 덩치대로 덩치값 하시는 스님은 거인이시다.

 

오래전에 충북 정토마을을 방문하여 뵌 적 있었는데 이제 울산 울주군에 말기환자병원인 자재병원을 지어

운영에 들어 간다는 걸 인터넷에서 접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재병원에 가서 뭐든지 봉사할 시간도 갖고 싶다.

단숨에 죽지 않고 시한을 받아 놓은 아픈 종말을 맞이한다면 거기서 죽고 싶다.

스님께서 이 미련한 중생의 죽음을 잘 도와 주실 거 같다.

 

평소 죽음을 잘 준비했지만 막상 죽음에 임박해서는 흐트러지는 수행자 이야기에선 나도 흔들렸다.

나름 죽음을 잘 준비한다고 하지만 나 역시 그 수행자같지 않을까?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연습(죽음준비)과 실전(죽음임박)은 차이가 있을 터이니...

 

스님의 책을 읽고 다시 죽음의 끈을 단단히 죄어 본다.

한없는 기도와 서원이 필요할 거 같다.

 

'관세음보살님과 아미타부처님의 몸으로 오신 능행스님께

엎드려 엎드려 합장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