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불교&자료&관심사●/법륜스님·희망편지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2012.12.7

보현화 2014. 6. 25. 21:22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오해를 받아서

취조를 당한 적이 있어요.

어느 날 장정 두 명이 와서 양 팔을 잡고 눈을 가리고

데려가더니 사정없이 구타를 해요.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고문을 당했죠.

그러다가 절 고문하던 사람들이

휴식시간에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우리 딸이 오늘 예비고사인데

시험을 잘 쳐야 되는데…….

얘가 시험을 못 봐서 대학을 멀리 가면

내가 박봉에 뒷바라지 할 것이 걱정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나를 고문할 때는 정말 악마처럼 보였는데

그도 집에 가면 한 아이의 자상한 아버지고

한 여인의 사랑하는 남편이고

한 할머니의 아들이구나.

또 자기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충실한 직장인이고,

어쩌면 저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애국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없어지더라고요.

사실 그 전에는 너무 억울하고 분한 심정이었는데

그 순간 제 가슴 속에 분노가 가라앉았습니다.


그 이후 세상을 흑백 논리로 나누지 않고

나와 반대되는 사람도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