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오해를 받아서
취조를 당한 적이 있어요.
어느 날 장정 두 명이 와서 양 팔을 잡고 눈을 가리고
데려가더니 사정없이 구타를 해요.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고문을 당했죠.
그러다가 절 고문하던 사람들이
휴식시간에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우리 딸이 오늘 예비고사인데
시험을 잘 쳐야 되는데…….
얘가 시험을 못 봐서 대학을 멀리 가면
내가 박봉에 뒷바라지 할 것이 걱정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나를 고문할 때는 정말 악마처럼 보였는데
그도 집에 가면 한 아이의 자상한 아버지고
한 여인의 사랑하는 남편이고
한 할머니의 아들이구나.
또 자기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충실한 직장인이고,
어쩌면 저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애국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없어지더라고요.
사실 그 전에는 너무 억울하고 분한 심정이었는데
그 순간 제 가슴 속에 분노가 가라앉았습니다.
그 이후 세상을 흑백 논리로 나누지 않고
나와 반대되는 사람도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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