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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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이 삶의 끝자락에서 남긴 유언

보현화 2016. 11. 3. 17:24


<문인들이 삶의 끝자락에서 남긴 유언>


 

 

 

계간 '21세기문학', 유언 특집 꾸며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생명수를 다오. 인간은 소모품, 끝까지 정신을 섭렵해야지.'(박인환)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기형도) 다음달 1일자로 발행된 계간 문예지 '21세기문학' 2005년 여름호가 '문인들이 남긴 유언으로 읽는 인생론-내 문학의 마지막 외침'이라는 제목으로 특집을 꾸몄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장석주 씨의 기고문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의미 있는 말을 창조하기 위해 수많은 말들을 빚어냈던 한국을 비롯한 세계 문인들이 어떤 한 마디로 생의 작업을 마무리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목마와 숙녀'시인 박인환1956320일 오후 9시 세상을 떠났다. 317일을 문인 이상이 죽은 날로 기억했던 그는 그해 이날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술을 마시기 시작한 첫날 옆자리에 있던 이진섭에게 '인간은 소모품. 그러나 끝까지 정신을 섭렵해야지'라고 쓰인 메모를 건넸다고 한다. 그러나 이상이 실제 죽은 날은 417일이었다.

 

사흘간 폭음을 이어오다 20일 밤에도 만취 상태로 귀가한 박인환은 무슨 상징적인 유언이라도 남기듯 "생명수를 다오"라고 외치며 죽어 갔다. '생명수'는 당시 애용하던 소화제의 상표명이었다.

 

반면 1937417일 새벽 4시 도쿄 제국대학 부속병원 병실에서 유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결핵으로 사망한 이상의 마지막 한 마디는 ", 수박이 먹고 싶소"였다.

 

198937일 오전 330분께 종로 2가에 있는 파고다극장에서는 시인 기형도의 사체가 발견돼 당시 문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사후 부검 결과 그의 사인은 뇌졸중.

 

나이 서른도 못 채우고 변사한 기형도에게 변변한 유언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장석주 씨는 죽기 직전 기형도가 자신에게 시 원고 두 편을 건네줬는데, 그 중 '빈집'의 어조는 마지막 떠나는 자가 남는 것들에게 남기는 별리(別離)의 슬픔을 가득 담고 있다고 말한다.

 

'빈집'에서 기형도는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더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라고 읊고 있다.

 

이밖에 영국의 시인 존 키츠는 "결코 놀라지 말라. , 반갑다. 죽음이 드디어 왔노라!"라고,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지드"불멸의 영혼이여! 만세!"라는 마지막 외침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