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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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의 아름다움/필립 시먼스

보현화 2016. 11. 3. 17:28

★소멸의 아름다움( Learning to fall The blessings of an imperfect Life)


우리의 삶을 놓아버리면 좀더 충실하게 우리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필립 시먼스란 작가가 쓴 에세이집 <소멸의 아름다움>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미국대학에서 문학평론과 단편소설을 발표해 온 작가는 루게릭 병에 걸려 5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며 자신의 고통스런 체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역경을 이겨낸 성공담을 말하고 있지 않다. 그는 휴지 한 장, 아이스크림 하나조차 들기 힘든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다. 땅을 똑바로 걷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냐고 말할 정도로, 그는 쇠잔해 가는 육체의 괴로움을 순간마다 삼키며 산다. 그러나 그는 비틀거리는 육체를 저주로 여기지 않는다. 불균형한 육체가 가져다주는 생의 쓰라림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긍정한다.


우리는 신앙행위를 사다리 오르기처럼 상승 운동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건강, (), 평화, 기쁨, 행복 등을 추구하는 것만을 신앙행위의 가치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하강과 떨어짐은 불신앙의 징표라고 깔본다. 이런 사고방식은 불치의 병, 늙음, 희망의 좌절, 소유의 상실, 죽음 등 피할 수 없는 삶의 사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이 때 많은 신앙인들은 둔세적이 되거나 비현실적인 환각에 빠져버린다. 이것은 유한한 인간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 아니다. 대개 그런 이들은 생동하는 현실 바깥에서 낙원을 꿈꾼다.

시먼스는 비현실적인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시한부의 자기 생 바깥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아침에 침대에서 깨어나 몹시 불편한 몸이나마 꿈지럭거릴 수 있는 하루하루를 축복으로 여긴다. 그는 완전한 삶이 아니라 불완전한 삶을 예찬한다. 자기 육신의 쇠퇴와 고통 받는 이들의 현실을 날마다 직시하면서, 그는 중요한 영적 과제를 발견하는데, 그 과제란 불완전한 것이야말로 우리의 낙원이라고 증언하는 일이라고 한다.

시몬스는 미완의 생 자체를 사랑한다. 그는 푹푹 빠지는 진흙밭에 달린 달콤한 딸기 한 송이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발견한다. 나날이 망가져 가는 자신의 육신에 임하는 하나님의 자비와 축복을 노래한다. 어둠과 고통 속으로 자신을 송두리째 내던지는 낙법(落法) 배우기를 통해 그가 얻은 선물이다. 내가 움켜쥔 것을 놓을 수 있을 때 충만한 삶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