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불교&자료&관심사●/불교이야기·불교뉴스

"불교 쉽게 전달하려 만화 배워..단순한 표현이 더 어렵더군요"

보현화 2017. 4. 25. 23:21

경향신문

"불교 쉽게 전달하려 만화 배워..단순한 표현이 더 어렵더군요"

박경은 기자 입력 2017.04.25. 20:55 댓글 15

 

웹툰 좀 본다는 사람들이라면 안다.

'어라 스님'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조계종 승려이자 불교 카투니스트로 활동하는 지찬 스님(43)이다.

"만화 캐릭터를 통해 불교를 친근하고 즐겁게 여길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큰 보람이 있죠.

 '어라 스님' 캐릭터가 더 많은 사람들이 불교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가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향신문] ㆍ‘어라 스님’ 그리는 지찬 스님

‘어라 스님’ 캐릭터를 만든 불교 카투니스트 지찬 스님. 박민규 선임기자

웹툰 좀 본다는 사람들이라면 안다. 2등신 몸매에 동그랗고 귀여운 얼굴, 황당한 실수연발의 어리보기 스님 ‘어라 스님(그림)’이다. 블로그(어라의 숨고르기)와 불교계 신문, 불교카툰 웹진 ‘만만’ 등으로 인기를 얻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만날 수 있는 캐릭터다.

‘어라 스님’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조계종 승려이자 불교 카투니스트로 활동하는 지찬 스님(43)이다. 스님은 자신의 카툰을 묶어 지난해엔 <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를, 최근엔 <어라의 라이프 카툰>을 냈다. 신세대 대중문화와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불교계에서 스님과 웹툰이란 조합은 의외성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10년 넘게 세상과 떨어져 수행에만 정진하던 스님이 카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 만난 만화책 한 권 때문이었다. “어느날 막내 스님이 들고 온 만화책이 고이즈미 요시히로의 ‘부처와 돼지’였어요. 불교철학의 핵심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면서 마음에도 큰 울림을 주더라고요.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도 이렇게 불교의 정신을 전달하고 있는데, 만화를 그릴 수만 있다면 내 이야기를 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스님은 그길로 성신여대 사회교육원에 등록해 만화를 배웠다. 어라 캐릭터도 그때 만들었다. 궁금함을 담고 있는 감탄사 ‘어라’는 평소에 스님이 많이 쓰는 표현이다. 재미있으면서도 사유를 일으킨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스님은 “8등신처럼 잘 그릴 자신이 없어서 2등신이면 좀 쉽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단순하고 간단한 표현이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어라 캐릭터도 초창기와 비교하면 많은 변화와 진화의 과정을 거친 것이다. 처음에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이 났고 교계신문 등에도 연재하게 됐다. BTN불교라디오에서 <어라차차 신나는 붓다>도 진행했다. 불교만화특별전에서 만난 양경수·김동범·배종훈 작가와 의기투합해 2014년엔 불교카툰 웹진 ‘만만’을 창간했으나 현재는 연재를 멈춘 상태다. 이에 대해 스님은 “양경수라는 스타 작가가 배출된 데다 다른 분들도 각기 교사와 교수라는 생업이 있다”면서 “팀활동을 하다가 솔로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것쯤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어라 캐릭터는 스님의 모습이기도 하다. 스님은 중학생 시절부터 남달랐다. 친구들이 다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을 때 불교라디오에 나오는 <고승열전>에 빠져 살았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불교 서적을 탐독했고 고교 시절 내내 금강경을 끼고 살았다. 고1 때는 해인사로 가출도 했다. “그때 해인사 상좌스님이 ‘대학졸업장을 받고 오라’고 하셨어요. 달랠 요량이셨죠. 그런데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동국대 선학과에 진학한 거예요.”

스님은 얼마 전 양말공예 자격증도 땄다. 책 속에만 있던 어라 스님을 인형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서다. 전국 각지를 돌며 만화를 그리고 바느질을 하는 ‘신기한’ 스님을 만나고 싶어하는 청년들도 많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작업실을 열어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만화 캐릭터를 통해 불교를 친근하고 즐겁게 여길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큰 보람이 있죠. ‘어라 스님’ 캐릭터가 더 많은 사람들이 불교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가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