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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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일생을 어떤 관점을 갖고 정리해야 할까요

보현화 2020. 12. 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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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일생을 어떤 관점을 갖고 정리해야 할까요

“저희가 경전 모음집을 만들고 있는데요. 제 나름대로 부처님의 일생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위주로 발췌를 해오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의지가 개입될 경우 오히려 후대 사람들이 부처님을 낮추어 보게 하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방대한 경전의 내용 중에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갖고 부처님의 일생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야 할까요?”

“첫째, 부처님의 일생과 관련해서 경전에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경전에 있는 사실이 객관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도 또한 알아야 합니다.

연기와 중도의 가르침에 부합하는가

경전에 있는 내용들은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몇 백 년 후에 비로소 기록된 이야기들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전에 근거해서 붓다를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글자 그대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가를 봐야 합니다.

가령 부처님께서는 이미 당대에 신비주의에 빠지고 중생을 현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통을 못 쓰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전에 부처님이 신통을 쓰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잖아요. 우리는 항상 부처님이 하신 이 말씀을 생각해야 합니다.

‘항상 나의 가르침에 견주어서 살펴봐야 한다’

부처님이 이러이러하게 말씀하셨다고 누가 말하더라도 다 믿지 말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견주어서 살펴봐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연기와 중도에 부합하는가’ 이것이 핵심입니다. 연기와 중도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후대에 잘못 편집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계율에는 운명을 점치지 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운명을 점친다는 것은 좋고 나쁜 것을 구분한다는 얘기잖아요. 깨달음이란 좋고 나쁨에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인데,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따질 일이 없잖아요.

종교는 신통을 중요시하는데 부처님은 신통을 금했던 이야기, 종교는 운명을 논하는데 부처님은 운명을 논하지 말라고 하신 이야기, 이런 내용들은 다른 종교와 차별화 된 굉장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요. 부처님이 나무 밑에서 자고 걸식하고 살아가신 모습을 늘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 복을 비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범천이나 마왕이 무슨 말을 했다든지, 아사나 나무 신이 부처님을 물에서 건져 올렸다든지, 이런 이야기들은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런 내용들은 인도의 문화적 전통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든가, 태어나자마자 일곱 발자국을 걸었다고 하는 것은 신비주의라기보다 상징성을 의미해요. 이런 내용은 굳이 뺄 필요는 없지만, 약간의 문화적이고 상징적인 요소로 이해해야지 종교적 요소처럼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전생담도 교훈적 요소로 이해하고 선별해서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편집한 부처님의 일생도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목적을 가진 집단이 보기에는 자기들이 생각하는 부처님의 모습과 맞지 않아서 우리가 부처님을 격하시켰다든지 신격화 했다든지 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동시대에도 그 집단이 어떤 목적을 갖고 부처님의 일생을 규명하려고 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집니다. 부처님 일생에 대한 기록이 100개가 있다면 그 100개를 다 그대로 기록하지 못해요. 현실적으로는 그중 10개만 선별해서 기록하게 되는데, 어떤 10개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또는 집단의 목표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스님의 하루도 무엇을 중요시해서 읽는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설법은 누구든 다 하는 건데 그게 뭐가 중요하냐? 농사짓는 것이 중요하지.’

‘농사는 농민이 짓는 건데 뭐가 중요하냐? 무아를 해석하는 법문이 중요하지.’

이렇게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처럼 부처님의 일생 중에 어떤 것이 우리가 볼 때 존경할 만한 일인지, 또는 비판할 만한 일인지를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