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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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도 절에 와서 놀아요~"

보현화 2006. 11. 6. 01:03


“ 놀아도 절에 와서 놀아요~~”

이 말씀은 우리 주지 스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부탁아닌 부탁말씀이랍니다.


1기를 비롯해 3,4,6기 합반수업하는 수요일 주간반 수업일인 27일.....

오늘은 절에 가서 하루종일 연꽃잎 비빌? 각오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집을 나섰습니다.

집에서 절까지는 걸어서 약 40여분의 시간이 걸리는데,

오고가며 계절을 느끼고 꽃,나무 감상하기엔 걷기가 최고이더군요(건강도 덤으로 얻고~*^^*).


초파일 찬불가 ‘연등’을 시범보이는 원행심(3기)의 낭랑한 음성공양이 축가처럼 분위기를 띄우고...

.....♪광명의등~지혜의 등~ 연등 연등 여~언등..♬

한소절하고 옆의 연등행(1기)보살님의 둥근 등같은 얼굴 한번 쳐다보고~~ㅎㅎ


오늘 수업할 내용은 법화경 신해품(信解品).

금강경으로 다듬어진 독송이 법화경에 이르러 조금씩 화음(和音)으로 화음(化音)하여,

제법 틀이 잡힌채 온 법당을 우렁차게 울립니다.


이시(爾時)에 혜명수보리(慧命須菩 )와....(중략)

제불어법(諸佛於法)에 득최자재(得最自在)하사 지제중생(知諸衆生)의 종종욕락(種種欲樂)과

급기지력(及其志力)의 수소감임(隨所堪任)하사 이무량유(以無量喩)로 이위설법(而爲說法)하시며 수제중생(隨諸衆生)의 숙세선근(宿世善根)하며 우지성숙(又知成熟) 미성숙자(未成熟者)하야 종종주량(種種籌量) 분별지이(分別知已)하시고 어일승도(於一乘道)에 수의설삼(隨宜設三)이로소이다...

(모든 부처님은 법에 대하여 가장 자재함을 얻으시어 중생들의 가지가지 욕심과 즐거움과 그 뜻과 힘을 아시고 감당하는 정도에 따라서 한량없는 비유로써 설법을 하시며, 중생들이 전생에 지은 선근에 따라 성숙되었거나 성숙되지 못한 자들을 아시며 가지가지로 헤아려

분별하여 아시고서 일승도에 대하여 마땅함을 따라 삼승으로 설하신 것이었습니다.


꼬끼오! 엄마 닭소리(스승님) 흉내내보지만 나오는 소리는 삐약삐약 병아리인 우리 학생들~. 노란 솜털 곧추세우며 여기 콕콕! 저기 콕콕!! 모이질(독송)하는 모습이 정겹기 그지 없는데~~

그예 우리 주지스님, “공부 다 했다~”시며 탁! 책장을 덮는 예의 그 장난스런 미소! *^^*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아이들처럼 수업일찍 마쳐 좋아라 박수치는 학생들(법우님들).ㅋㅋ


공부전 걷기 무섭게 ‘연꽃화전’을 펴느라 호떡집 불난 듯 야단법석.

연꽃잎 소쿠리 여기 저기 쏟아 붓고 기별 대항?이라도 하는 듯 각 기별로 쭉 둘러 앉아

웅성웅성 울력(運力)봉사에 들어갑니다.


9기에서 100명이상 포교했다는 자랑스런 포교실적에다, 비밀리에 제작하는 장엄물 제작도 9기에서 한다는 흐뭇한 수고로움은 붉은 연잎보다 더 뜨거운 미담이었지요.

7기에 이어 경산도량의 떠오르는 태양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9기! 아자아자!!


살랑살랑 코를 간질이는 봄바람과 시원한 법당바닥은 아줌마(보살님들)들 수다떨기 딱 좋았구요. 8년연애끝에 결혼 골인한 선행심(3기: 닉네임..자목련)의 ‘연애비사?’도 간단히 듣고,

재미있는 시중 유머도 몇토막 양념으로...*^^*


15년동안 소석장학회를 끌어온 1기 기장님(관음성)의 오랜 선행담도 청해 듣고....


겨우내 시어머니 병수발을 끝낸 불법수(1기)의 해맑은 얼굴도 보입니다. 곁에 가서 집안사정상 몇주째 결강하고 있는 다선혜(1기)보살님의 근황도 물어 보았지요.

올초 백혈병으로 젊은 생을 마감한 고 법연지(4기)의 극락왕생을 빌어준 법화경사경(전 7권). 그 애틋한 마음을 계속 이어 불법수 시모님께 두 번째의 법화경사경을 선물했다는군요.

그 따뜻하고 간절한 불심에 가슴이 짠해지려는데 더욱 놀라운 이야기는,

세 번째 법화경 사경을 ‘신통찮은? 병과 동거하는’ 저 보현화를 위해 쓸것이라는 소식을 접했으니....

다선혜보살님. 콧등 시큰해지는 그 사랑앞에 목이 잠시 메입니다.

보왕삼매론(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약한첩 못잖은 처방전 같아서 온몸에 힘이 불끈불끈 솟아 오르네요.

어린이법회 지도교사 등 절의 일도 열심히 하면서 두루두루 아픈 사람들까지 챙기고 계셨으니 그 공덕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고마움을 불법수 편으로 전언합니다. 아름다운 도반을 곁에 두었으니 부처님! 행복이 따로 없습니다. 관세음보살.


법당안에서의 이런저런 수다는 종내는 미담(美談)과 법담(法談)으로 귀결되어지고 마는 법!

동네 아낙들과 어울려 봤자 시어머니 흉, 내자식 자랑밖에 더 있던가요?

우리도 생활인으로서 예외는 아니어서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법당에 동석해 계시는 부처님을 의식하면 결코 부정적이고 비생산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다는 거지요. 법당에 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1차적으로 여과된 거니까 불자로서 최소한의 검증은 받았다고 보아도 별 무리는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주지스님 왈, “ 놀아도 절에 와서 놀아요~” 그러시는 거랍니다.

도란도란 연등을 만들면서 도반들과의 정도 나누고, 사이사이 올라와 이 꽃잎 저 꽃잎 사이를 누비시며 참견하는 「경산도량의 영원한 시어머니(?)」주지스님의 잔소리도 듣고~~ㅎㅎ


아~~ 정말 행복한 그림 한폭이지요?

4시 30분부터 시작하는 다도반 수업으로 하나둘씩 보살님들이 빠져 나가고,

스님 저녁 공양준비하러 선행심보살님도 내려가고, 저와 향광심(1기)보살님 둘이서 뒷정리를 마치고 법당을 나서니 아직도 따뜻한 4월 해는 중천에 있더군요.

향광심보살님과 역시 유익한 법담으로 귀가마무리 담소를 나누고....

둘이서 마지막으로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역시 절에 와서 놀아야 한다니까~!” 였답니다.


이 정법도량 경산도량에서 호호할머니 될때까지 늘 배우는

‘학이시습지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의 학생으로 남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부처님 사랑합니다.

스님도 사랑합니다.

도반님들도 사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