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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칭다오 도량의 일요법문 - <칠불암의 아자방(亞字)에 얽힌 전설>

보현화 2008. 6. 10. 11:43

 

[칠불암의 아자방에 얽힌 전설]

 

 

 

  칠불암(七佛庵)은 지리산 화개동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암자로서, 전설에 의하면 신라시대 가락국 김수로왕(金首露王)의 아들 일곱 명이 옥보선사(玉寶禪師)를 따라 출가하여 이곳에서 득도(得道)하였으므로 칠불로 이름한 것이라고 합니다.

  암자 가운데 신라시대 담공화상(曇空和尙)이 만들었다는 아(亞)자형으로 된 선방(禪房)이 있는데 볼록형으로 된 곳에서는 좌선(坐禪)을 하고, 오목형으로 된 곳에서서는 다니게 되어 있습니다. 이 방은 불을 때게끔 되어 있는데, 이처럼 오목볼록형으로 된 것이 특색으로 주위 둘레는 아(亞)자형으로 부뚜막 같이 하되 사람이 앉고 눕도록 하고, 가운데는 낮게 혹은 빠지게 되어 있는데, 이런 곳은 사람이 왕래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선방의 구조는 괴상하거니와 부엌에서 불을 때면 높은 데나 낮은 데나 똑같이 더운 것이 특색입니다.

해방 후 6.25사변 때에 이 아자방(亞字房)이 국군에게 소화(燒火)를 당하여 타버렸으나 신기하게도 온돌만은 끄덕없이 남아있었는데, 이 아자방선실은 옛날부터 유명한 방으로 문수보살님이 가끔 도와주었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해 늦은 봄철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하동 군수가 쌍계사로 구경을 나왔다가 칠불암 아자방이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스님께 칠불암까지 안내하여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래서 스님이 나서서 안내를 하여 군수 일행이 칠불암에 가게 되었습니다. 칠불암에 도착한 군수가 아(亞)자방을 구경시켜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이때는 마침 선객(禪客)들이 입선(入禪)을 들여 참선(參禪)을 하느라고 앉아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스님들이 앉아서 참선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서 문을 열고 들여다볼 수가 없으니 공부가 끝난 뒤에 보십시오.”하고 거절하였더니,

  “내가 이 고을의 성주이거늘 내가 못 볼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하고 안하무인격으로 노발대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은 옛날부터 정승판서(政丞判書)가 오더라도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공부 중에는 들여다보지 못하게 규정이 되어 있으니, 사또 영감이라고 특별히 보여 드릴수가 없습니다.”하고 스님이 완곡하게 거절하였으나 경망스런 군수는,

  “너희들이 아니 보여주면 내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여다보겠다.”하고 문을 열고 들여다보더니 코를 찡그렸습니다. 아마도 벌이 군수의 콧등에다 침을 놓았던 모양입니다. 군수는 코를 싸메쥐고는 돌아갔습니다.

며칠 후 군수로부터 전갈이 왔습니다. 칠불암 아(亞)자방에는 도통한 스님이 많이 있다고 하니 누구든지 나무말(木馬)을 만들어 동헌(東軒)앞에 와서 그 말을 타고 걸어보라고요. 만약 그리하는 스님이 없다면 쌍계사의 스님을 모두 잡아다가 볼기를 때리고 망신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절 안의 대중들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모두 모여 의논을 하였으나 특별한 묘책이 없어서 침통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그때에 12세 가량 되는 사미 동승(童僧)이 탁자 밑에서 듣고 있다가 말했습니다.

  “스님네가 그것 때문에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제게 목마를 하나 만들어서 동헌까지 가져다만 주십시오. 그리하시면 제가 가서 타고 걸어 보이겠습니다.”

 

  그리하여 목마를 하나 만들어 지게에 져서 그 동승과 같이 동헌으로 들어갔습니다. 동승은 군수를 보고 말했습니다.

“사또 영감께서 쌍계사 스님에게 목마를 만들어 가지고 와서 타보라고 하셔서 내가 목마를 대령하였소.”하니,

  “목마는 조금 후에 타고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하여 줄 수 있는가?”하고 군수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습니다.

   “무엇이든지 물어보시오.”하고 동승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칠불암 아자방(亞字房)은 도인(道人)들만 모여서 공부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니까 괴상망측만 하더구나.”라고 군수가 거만하게 말하자,

  “무엇이 괴상망측하더이까? 소승에게 물어보십시오. 공부하는 스님네를 비방하면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니...함부로 비방하면 아니됩니다.”하고 동승이 말했습니다.

  “내가 보니 어떤 중은 하늘을 쳐다보고 목을 뒤로 젖히고 앉아서 졸고 있던데, 그것도 공부냐?”하면서 군수가 빈정거리며 질문하자,

  “그 공부는 앙천성숙관(仰天星宿觀)이라고 하는 것으로 천상에도 어리석은 중생이 많으니까 저것들을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제도시키나 하고 관(觀)하는 공부요.”라며 동승이 재치있게 말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그렇다 하여 두고 머리를 땅으로 푹 숙이고 졸고 앉아 있는 것은 무슨 공부냐?”하고 군수가 묻자,

  “그것은 지하망명관(地下亡命觀)이라는 공부로서, 중생들이 이 세상에서 죄를 짓고 지옥에 가서 고통을 받고 있으므로 저 중생들을 무슨 방법으로 제도시키나 하고 관(觀)하는 공부이요.”라고 지혜롭게 동승이 답했습니다.

  “그러면 그것은 그렇다 하고 잠에 취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고 좌우로 끄덕거리고앉아 있는 것은 무슨 공부냐?”고 군수가 신경질적으로 묻자,

  “그것은 춘풍양류관(春風楊柳觀)이란 공부로서, 불교의 진리라는 것은 동서남북 상하좌우에 걸림이 없이 애착과 집착을 떼어버리라는 것이니, 그 스님은 봄바람의 버드나무와 같이 모든 애착을 떼어버리고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면서도 중심을 지켜서 집착이 없이 흔들흔들 춤을 추며 하는 공부이오.”하면서 동승이 웃으며 답하였습니다.

  그러자 “그것은 그렇다고 치고, 앉아서 방귀를 뽕뽕 뀌는 것은 무슨 공부냐?”하고 군수가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를 ‘빽’ 지르며 질문하였습니다.

  “그것은 타파칠통관(打破漆桶觀)이니 사또 영감같이 어리석은 중생을 어떻게 가르쳐서 제도시키나 하고 관(觀)하는 공부요.”라며 동승이 미소 지으며 답하자,

  “어린 동승이 참으로 깜찍스럽구나. 어떻게 하여 그렇게도 청산유수(靑山流水)로 답변을 잘한단 말이냐?”하고 군수가 거만조로 말하니,

  “사또 영감은 말씀을 삼가시오. 몸뚱이는 어른과 아이가 있겠지만, 마음과 지혜와 노력은 어른 아이가 따로 있지 않소이다. 오늘은 내가 왔으니 망정이지 우리절의 큰 스님이 오셨더라면, 이 동헌이 땅 밑으로 가라앉는 동시에 사또 영감도 동헌에 의자에 앉은 채로 지옥에 들어가 무수한 고초를 받을지 모르니까 지하망명관의 대상이 될 것이오.”하면서 말을 마친 동승이 목마를 타고 “이랴, 이랴”하며 동헌을 몇 바퀴 돌더니 그대로 공중으로 둥둥 하늘로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군수가 깜짝 놀라고 감탄하면서 버선발로 마당으로 뛰어 내려가 합장예배를 하고 독실한 불교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어린 동승은 곧 문수보살의 화신이라 하며, 이와 같이 참선 공부를 하는 선실은 언제든지 문수보살이 보호하여 준다고 하며, 이 이야기는 지리산의 칠불암 아자방(亞字房)에 얽힌 전설이었습니다.

 

- 칭다오 도량 태허 주지스님의 일요법문에서 펌-

 

 

 

 

 

 

Baby elephant walk (아기코끼리 걸음마) - Pat Boone

 

출처 : 불교인드라망
글쓴이 : 자목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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