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도 보름여가 지난 2월 26일 토요일 오후.
동안거를 끝내신 회주스님께 세배를 드리기 위해,
법당이 비좁다 싶을 정도로 많이 참석하신 경산도량의 불자님들.
사전에 ‘세뱃돈 달라 하지 마세요’라는 대륜스님의 멘트가 계셨고...
새해에 올리는 삼배(三拜).그야말로 세.배였지요.
석달동안 묵언 수행하셔서 말을 잊어버릴 정도라고 운을 떼시는
스님의 용체가 참 수척해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저희들 불자 중생들의 업장 다 둘러메고 설산고행하신 것 같아
더더욱 좌불안석, 몸둘바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형형하신 그 눈빛은 여전했고,
신년초 티벳에서의 메시지-설산의 바다로다. 산위의 눈뜬 물고기로다!-같이
설산의 바다에서 눈뜬 물고기라도 방생하셨음인가요.
모두 다 놓아 버리고 비워 버리고 오신 초연함이 절절이 배여져 왔습니다.
많은 말씀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건
‘ 시신기증’에 대한 피력입니다.
묵언,무문관 고행의 설산수도로 몸이 많이 상하신 스님께선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셨다는군요.
당신께서 죽으면 동국대학교에 시신기증해야겠다시며.....
저도 작년에 시신기증하고 큰절에서 내생체험도 했던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됐지요.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단체기증과는 달리 본인의 의사만 있으면 가능한
불교단체 (사)생명나눔실천본부(http://www.lisa.or.kr)에 등록했습니다.
시신기증은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줄수 있는 최고의 육보시이자, 재활용차원으로서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하며 널리 권선해야할 덕목으로 권장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죽음’이라고 하면 무섭고,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불교에서의 죽음이란 곧 윤회요, ‘몸 바꾼다’는 명료하고 유쾌한 해석이 있지 않습니까.
이화여대 김활란 총장도 자기 장례식때 행진곡을 연주해 달라는 멋진 분이셨지요.
.........“세상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더 풍성한 생명의 길로, 또 더욱 화려한 승리의 길로 환송해 주는 환송 예배를 장례식 대신 해 주기를 바란다. 거기에 적합하게 모든 승리와 영광과 생명의 노래로 엮은 웅장하고 신나는 음악회가 되기를 원한다 …”
(베르디의 「개선의 기쁜 노래」)..........
그녀에게 있어 죽음도 축복이라는 거지요.
팔순을 바라보시는 친정어머니께 제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 돌아가시면 우중중한 수의 입지 말고 외손주며느리에게 예단으로 받은 예쁜 새 한복 입고 가시라” 고.....
“그러마”하고 고개를 끄덕이시는 어머니의 고정관념, 한 생각이
봉분(封墳)에서 화장(火葬)으로,
수의에서 평상복으로
바뀌신 것입니다.
티벳에서는 천장(天葬)을 한다지요.
땔 화목이 없어 화장조차도 사치인 그들은 망자에게 하늘장례를 지내줍니다.
독수리들에게 시신을 나누어주는 의식이 야만스럽지만
어쩌면 그들의 상황에서는 가장 합리적이고 친환경적인 발상이 아닐까요.
상황에 따른 지범개차(持犯開遮)의 경지라고 생각됩니다.
잘 살아야 하는게 우리의 평생의 화두라면 잘 죽는다는 것
또한 엄청난 숙제가 아닐까요.
인생의 중년에서 죽음에 대한 고찰을 끝냅니다.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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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티베트-천장(天葬) 2004. 10.11 매일신문
‘하늘 장례’
최명길
내가 죽으면 나 없는 나를 하늘에 사는 새들에게 나누어주리라 제일 배고픈 새들에게
고해의 나날들을 끌고 다닌 육신이라 어디 단맛이야 있을까마는 저들이 달라하면 그렇게 하라
마음이 살다간 빈집을 누가 알아 새들이 배불리 먹고 날개 힘 솟구쳐 밤하늘 별밭까지 날아갈지 -------------------------------------------------------------------------------------
밤하늘 별밭까지 날아가려는 인류의 오래된 염원이 소도(蘇塗) 뜰 장대 끝에 새를 매달고, 시체를 도막내어 독수리에게 던진다.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순례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과 같다고 믿고 있는 티벳 사람들에게 천장(天葬)이란 영혼이 영원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문이다. 보라, 모든 죽음은 참혹하고 황량하며 쓸쓸하다. 주검 앞에 서면 고해의 나날들을 끌고 다니지 않은 육신이란 없다. 우리 오늘, 여기 살아 있음이 눈물겨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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